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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금메달과 정부 / 김창금 |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레슬링 금메달을 딴 이후 한국이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챙긴 금메달은 모두 116개(여름 90개, 겨울 26개)다. 겨울 종목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김기훈과 이준호 등이 쇼트트랙 1000m와 단체전에서 금맥을 터뜨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금 물꼬를 터왔다. 1988년 캘거리 시범종목 쇼트트랙 금메달 2개를 합치면 총 23개로, 겨울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28개 가운데 쇼트트랙이 80%를 차지했다. 한국을 빙상 강국이라고 한 것은 사실상 쇼트트랙 강국이었고, 이런 성과가 평창올림픽 유치의 배경이 됐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새 정부에서도 금메달 개수를 세고 있다. 역시 금메달은 설상보다는 빙상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소치올림픽에서 거둔 쇼트트랙 2개, 스피드스케이팅 1개의 금메달보다는 더 많은 금메달을 기대한다. 다만 이전 정부처럼 연맹을 심하게 압박하지는 않는다. 빙상연맹은 최근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쇼트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총 4개의 금메달 목표를 제시했다. 안방 대회라 좀 더 많은 메달을 따면 좋을 것이다.
2014 소치올림픽이나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단은 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정부의 체육계 4대악 척결 강공 드라이브의 여파인지 소치에서는 3개, 리우에서는 9개의 금메달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금메달은 정부가 주문하면 뚝딱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치적으로 삼을 일도 아니다. 과거에 몇 개를 땄으니 대충 어느 정도 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금메달은 선수들이 한여름 폭염 아래서 코치들과 함께 흘리는 구슬땀 속에서 영근다. 경기 때만 열광하는 팬들은 모른다. 선수와 지도자, 연맹의 정성이 모여 일군 합작품이다. 빙상연맹이 제시한 금메달 목표에서 비정상이 정상으로 복원되는 세상을 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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