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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0 17:16 수정 : 2017.07.30 18:57

이스라엘 컴퓨터공학자 리오르 조레프가 201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테드’ 강연에 황소를 끌고 나와 무게 알아맞히기 대회를 열며 집단지성의 위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테드 강연 화면 갈무리

이스라엘 컴퓨터공학자 리오르 조레프가 2012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테드’ 강연에 황소를 끌고 나와 무게 알아맞히기 대회를 열며 집단지성의 위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테드 강연 화면 갈무리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을 지낸 이스라엘 컴퓨터공학자 리오르 조레프는 2012년 2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테드’(TED) 강연에서 황소를 끌고 나와 관객들을 놀랬다. 그는 관중들에게 황소 무게를 가늠해 휴대전화로 전송하게 했다. 강연 말미에 조레프에게 전달된 500여명의 황소 무게 추정치 평균은 813㎏이었다. 140㎏에서 3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림값이 제출됐지만 평균치는 실제 무게 814㎏에 근사했다.

조레프의 ‘모험’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16살 소년 오르 사기였다. 사기는 조레프에게 100년 전 유전학자의 실험을 재연해보라 했다.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 우생학 창시자로 유명한 프랜시스 골턴은 1907년 영국에서 열린 가축품평회에서 황소 무게 알아맞히기 대회를 열었다. 800여명이 참여한 대회에서 황소 무게를 정확히 맞힌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만 평균치와 실제 무게는 단 1파운드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골턴의 실험을 범례로 하는 ‘집단지성’이 황소 무게에서 사회적 이슈로 지평을 넓히려면 참가자들이 양심과 지식과 양식을 지닌 독립적 인격체의 모임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미국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의 개념으로 보면, 참가자들은 수동적인 대중(mass)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형성해 공론에 참여하는 공중(public)이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공 분야에 따라 견해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정책을 ‘제왕적 조처’라고 비판하던 원자력계는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자 이번에는 전문가가 배제됐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는 데 전문가가 공중보다 낫다는 주장 자체가 ‘제왕적 태도’가 아닌가 싶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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