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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2 16:44 수정 : 2017.08.22 21:24

얼마 전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극찬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의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주 위성방송을 통해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던 <엔에이치케이 스페셜>의 ‘731부대의 진실-엘리트 의학자들과 인체실험’편 얘기다.

‘731부대의 진실’편 예고. NHK스페셜 트위터
우리에게 ‘마루타 실험’으로 악명 높은 이 부대는 교토대 의대 출신인 이시이 시로 부대장의 주도로 1936년 중국 하얼빈에 세워졌다. ‘관동군방역급수부’라는 정식 명칭과 달리 주요 임무는 세균무기 개발과 인체실험이었다. ‘비적’이라고 잡아들여 실험 대상이 됐던 중국인·러시아인·조선인 등은 3천명이 넘는다.

731부대의 실상은 소년병 출신 몇몇 일본인의 증언과 1949년 소련 하바롭스크 재판 문서 등으로 꽤 알려졌지만, 이번 방송의 의미는 적잖다. 우선 1949년 하바롭스크 재판의 22시간 녹음테이프를 처음 찾아냈다. 그동안 일본에선 이 재판문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731부대 군의관 및 군인들이 페스트균·티푸스균에 일부러 감염시킨 사람들 모습이나 야외에 세워놓고 세균폭탄을 터뜨린 실험 등을 증언하는 생생한 육성이 공개된 것이다. 또 인체실험을 자행했던 도쿄대, 교토대, 게이오대 등 명문대 의학자들이 이 부대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은 사실을 옛 문서를 통해 새로 폭로했다.

의학계의 전쟁범죄는 독일에도 있었다. 하지만 인체실험에 가담한 23명이 뉘른베르크 재판에 기소돼 7명이 사형된 독일과 달리 일본에서 의학자들은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인체실험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이들을 도쿄전범재판에서 제외했다. 후에 가나자와대 초대 학장이 된 도다 쇼조, 교토부립의대 학장이 된 요시무라 히사토 등의 실명과 실험을 적시한 방송은, 의학자들이 전쟁범죄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공범’이었음을 말하는 듯하다. 일본 의학계가 2009년 ‘전쟁과 의료윤리 검증추진회’를 만들고 <731부대와 의사들>(2014, 건강미디어협동조합)을 펴내기 전까지, 이들 대부분은 의학계 중진 내지 거물로 대접받았다.

일본 정부는 “외무성, 방위청 등의 문서에서 731부대가 세균전을 벌였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여전히 진실을 부인하고 있다. 부끄러운 과거를 끊임없이 들추고 기록하는 일본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양심, 그리고 언론의 사명을 본다. ‘진실보도’ 그 하나를 위해 이 땅에선 지금 <문화방송>(MBC) 언론인들이 스튜디오 밖으로 나서고 있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중국 하얼빈 핑팡구에 남아 있는 731부대 건물. 일본군은 패전 직전 남은 실험대상자들을 살해하고 건물을 폭파했지만 일부 흔적이 남았다. NHK스페셜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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