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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5 18:43 수정 : 2017.09.26 10:12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시(SPC)그룹은 고 허창성 창업주가 1945년 황해도 옹진에서 문을 연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이 모태가 됐다. 상미당은 1948년 서울로 옮겨와 지금의 을지로 방산시장 부근에 자리잡았고, 1959년 용산에 삼립제과공사(삼립식품)를 설립하면서 기업 형태를 갖췄다. 1960년대 크림빵과 식빵, 70년대 호빵과 호떡 등 히트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아 국내 10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허창성 창업주는 삼립식품은 장남에게, 차남인 지금의 에스피시그룹 허영인 회장에겐 자회사인 샤니를 넘겨줬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다. 장남이 맡은 삼립식품은 리조트 사업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1997년 부도가 났고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허 회장은 빵에만 집중하며 한우물을 팠다. 그는 33살의 나이에 미국제빵학교(AIB)로 유학을 가 제빵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1980~90년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새로 내놓는 브랜드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사세를 확장했고, 2002년엔 삼립식품을 다시 인수했다. 2004년 출범한 에스피시그룹은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돌파했고, 2030년 매출 20조원, 전세계 매장 1만2000개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꿈꾸고 있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한 장면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제빵에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김탁구가 온갖 역경을 헤쳐내고 마침내 최고의 제빵기사가 된다는 내용으로, 마지막회 시청률이 50.8%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제빵왕 김탁구> 이후 시청률이 50%를 넘는 드라마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드라마 소재가 허 회장의 일대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으나, 순수 창작물로 허 회장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다만 김탁구와 허 회장 모두 어릴 적부터 빵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빵에 대한 열정으로 ‘제빵왕’이 됐다는 점에선 닮았다. 에스피시그룹은 제빵기사 대역 지원과 기술 자문 등 <제빵왕 김탁구> 제작을 후원했고, 드라마에 나온 빵을 상품으로 만든 ‘탁구빵 시리즈’ 9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스피시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한다. 제빵에선 무엇보다 제빵기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마 허 회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기본원칙에 충실할 때 바람직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제빵기사 직접고용 땐 파리바게뜨 위태롭다고?

▶ 관련 기사 :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을 바르게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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