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5 18:08
수정 : 2017.12.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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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연구소의 2017년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인지과학자 소피 스콧 교수가 ‘생명의 언어’(The language of life)를 주제로 한 자신의 강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강연은 왕립연구소가 1925년에 시작한 대중 과학강연으로 전기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19번이나 강연을 맡아 ‘패러데이 강연’으로 유명하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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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연구소의 2017년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인지과학자 소피 스콧 교수가 ‘생명의 언어’(The language of life)를 주제로 한 자신의 강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강연은 왕립연구소가 1925년에 시작한 대중 과학강연으로 전기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19번이나 강연을 맡아 ‘패러데이 강연’으로 유명하다. 영국 왕립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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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영국 뉴잉턴의 한 가난한 대장장이가 셋째 아들을 얻는다. 형제가 열 명인 이 아이는 14살 때 서점 견습생으로 보내졌다. 화학책과 브리태니커사전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19살 때 서점에서 배운 제본기술로 자신의 책을 만든다. 청년의 책을 본 한 왕립연구소 회원이 그에게 인기 과학자인 험프리 데이비 소장의 화학 강연회 티켓을 선물했다. 마침 데이비는 폭발 사고로 눈을 다쳐 실험노트를 쓸 수 없게 되자 이 청년을 조수 겸 비서로 채용했다. 왕립연구소는 이름과 달리 왕의 공인만 받았을 뿐 재정적으로는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민간기구다.
이 청년이 오늘날 전기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다. 중·고교 물리 시간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전류와 자기장의 흐름을 배울 때 등장하는 과학자다. 자기장이 감소하는 쪽으로 전류가 흐른다는, 전기에너지를 얻는 원리를 발견했다. 강연 티켓 한 장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는 기억에 패러데이는 어린이를 위한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19번이나 맡는다. ‘못 배운 과학자’라 겸손해하며 왕립연구소장 자리와 왕실이 내린 귀족 작위를 고사하고 자신이 발명한 어떤 것도 특허를 내지 않은 성품으로 그는 영국민에게 인기가 높다. 20파운드짜리 지폐 도안에 아이작 뉴턴이나 찰스 다윈보다 앞서 등장한 이유다. 그는 항상 강연 말미에 “여러분의 생명이 양초처럼 오래 계속돼 이웃을 위한 밝은 빛으로 빛나고, 여러분의 행동이 양초의 불꽃처럼 아름다움을 나타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한다. <비비시4>는 26일(현지시각) ‘생명의 언어’를 주제로 한 올해 크리스마스 강연을 방송한다.
2015년 봄 시작한 민간재단 ‘카오스’의 과학강연이 내년이면 4년째를 맞는다. 2018년 봄 강연의 주제는 ‘수학’으로 잡았다. 카오스 강연이 한국의 크리스마스 강연으로 자리잡기를 소망해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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