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2 18:57
수정 : 2018.04.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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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철회 범시도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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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철회 범시도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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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튄다’는 뜻의 ‘먹튀’는 원래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같은 스포츠에서 먼저 사용됐다. 고액 연봉을 받고 계약한 선수가 형편없는 성적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뒤 팀을 떠나는 것을 일컫는 속어였다.
그 뒤 먹튀라는 말은 쓰임새가 확장돼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이익만 챙기는 경우에 두루 사용된다. 특히 경제에선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 자본이 기업의 가치를 키우기는커녕 핵심 기술과 인력을 빼돌리거나 곶감 빼먹듯 이익을 빼내간 뒤 돌연 한국에서 철수하는 행위를 지탄하는 말로 쓰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정부는 공적자금을 날리는 등 국내 경제가 이중 삼중의 손실을 입는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이 대표적인 사례로 악명이 높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나면서 4조6천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도 논란이 됐다. 론스타 먹튀는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국민주 방식으로 50억원을 모아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제작한다. 내년 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차의 쌍용차 먹튀는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설비 투자와 고용 유지 등을 약속했지만 단 한 푼도 투자를 하지 않은 채 핵심 기술과 연구원들만 빼간 뒤 2009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당시 2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떠났고, 130명의 해고노동자들이 10년째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먹튀, 사모펀드 칼라일의 한미은행 먹튀, 중국 비오이와 대만 이잉크의 하이디스 연속 먹튀 등 먹튀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한국지엠(GM)의 경우도 미국 본사의 먹튀 의도가 의심된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에 노동조합이 1일 동의했다. 일단 파국은 피했고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더블스타와 국내 채권단은 최소 3년간 고용 보장과 지분매각 제한, 5년간 최대주주 유지 등 나름 먹튀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럼 5년 뒤에는 떠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먹튀 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폐업을 할 경우 우리 정부에 사전 신고를 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등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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