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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9 16:38 수정 : 2018.12.10 09:14

그래픽 김지야

그래픽 김지야
‘38기동대’. 서울시가 200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체납 지방세 징수 전담 조직이다. 정식 명칭은 ‘38세금징수과’다.

38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과훈이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38기동대는 얌체 고액 체납자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린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세금 납부를 미룬 채, 제3자 명의로 이전해 놓은 고가 주택에 살며 해외여행과 쇼핑 등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안 내려고 작정한 사람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에 38기동대는 가택 수색, 재산 압류, 출국금지 요청, 해외 추적 조사, 검찰 고발 등 전방위적으로 이들을 압박한다.

38기동대는 2013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자택 수색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38기동대 조사관들이 당시 지방세를 13년째 내지 않으면서 37억원을 체납한 최 전 회장의 서초구 양재동 고급 빌라를 새벽에 급습했다. 서울시가 수차례 세금 독촉장을 보냈지만 최 전 회장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38기동대가 나선 것이다.

최 전 회장이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티자 38기동대는 경찰 입회 아래 열쇠수리공을 불러 철문 잠금장치를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최 전 회장 부부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조사관들은 지하 1층, 지상 2층 328㎡ 넓이의 빌라를 샅샅이 뒤져 5만원권 현금 다발, 예금통장, 명품 시계 등 1억3천여만원어치의 금품을 압류했다. 자택은 부인이 이사장인 종교재단 소유로 돼 있어 압류하지 못했다.

2016년 케이블채널 <오시엔>(OCN)이 38기동대를 모델로 드라마 <38사기동대>를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세금 징수 공무원과 천재 사기꾼이 손잡고 악덕 체납자와 배후 권력자를 응징하는 게 줄거리다. 시청률 6.8%로 <오시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38기동대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조사관들이 지방세 9억8천만원을 체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방문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전 전 대통령은 서대문구 체납액 순위 1위다. 또 국세 31억원도 내지 않고 있다. 38기동대가 집 안으로는 들어갔지만 전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채 철수했다. “알츠하이머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의 말에 징수 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38기동대는 이달까지 전 전 대통령 쪽의 연락이 없으면 다시 찾아가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는 정신을 살려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명예도 회복하기를 바란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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