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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버는 꿈, 정녕 부도덕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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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돈 많이 버는 꿈, 정녕 부도덕한 건가요?
Q 대학생인 저의 인생 목표이자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항상 커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지 하고 생각해왔고, 지난해 언니랑 사는 반지하 방에서 물난리를 겪으면서 더 그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네, 돈은 그렇게 저에게 중요한 그 무엇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향후 직업은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기왕이면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좋을 것 같고, 그 직업을 가졌을 때 부유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돈이 행복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필수조건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저의 생각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게 아닌가 고민합니다. 순수한 꿈이 많아야 할 대학생이 너무 세속적인 건 아닌가 하고요. 하물며 명문대에 다니는 친구는 돈 많이 버는 것엔 관심없고 나중엔 평범하게 자그마한 카페를 하나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그런 그녀 곁에 서면 내가 한심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저 자신이 부끄러워 달라지고 싶기도 합니다. 이런 ‘돈 밝히는’ 제 생각은 잘못된 것일까요? 진정 한심한 것일까요?
A 다른 건 한심하지 않고요, 대학생씩이나 돼서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열망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나, ‘평범하고 소박하게 가게 차려 남 도우면서 사는 것이 인간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차원적인 사고가 굳이 한심하다면 한심한 거겠죠. 정말 왜들 그런 거죠? 여태 이 지면을 통해 본 것만 해도 ‘엘리트는 나쁜 건가요’, ‘학벌 좋은 게 다가 아니잖아요’, ‘예쁜 외모가 뭐래요’ 등등. 그냥 좋은 걸 좋다고 못 느끼는 것도 병적인 거 아닌가요?
남들이 죄다 ‘돈=속물적 욕망’이라고 단순구도로 공격한다 해도 최소한 내게는 돈이 나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믿으면 민폐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꿋꿋이 그것을 추구해나가면 되는 거지요. 외모 콤플렉스가 있던 사람이 성형수술을 해서 힘들었던 마음이 나아지는 것처럼 과거 나에게 결핍되었던 것을 추구하는 일은 본능적 보상심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야’라고 쉽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돈이 많든 적든, 돈 쓰는 방법이 창의적이고 슬기롭지 못해서 그리 얘기하는 거죠. 돈에 휘둘리거나, 돈을 남용하거나, 돈에 콤플렉스가 있는 건데 그것은 돈을 잘 다스릴 만큼 자신의 인생과 행복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지 못해 돈의 용도를 스스로 좁히는 꼴이 된 거예요. 그래서 돈이 낳은 안 좋은 결과만을 보고서는 ‘부자가 되면 인간성을 상실하고 인생과 인간관계가 황폐해진다’는 선입견이 유포되고 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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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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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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