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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2 20:46 수정 : 2008.10.26 16:27

가와사키 프론탈레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다마가와강 청소를 서포터들과 한 정대세(왼쪽에서 두번째). 가와사키 프론탈레 제공

[매거진 esc]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어릴 때부터 남다른 동물 사랑…지구의 미래를 위해 환경 지킴이로 앞장서다

안녕하세요.

10월9일 일본을 출발해서 베이징→아부다비→테헤란 경로를 거쳐 11일 이란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들어 중동행은 두번째입니다. 첫번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번째가 이번 이란입니다만 역시 장거리 비행은 힘듭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아시아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술 마시는 풍습도 없고 필요 이상으로 맨몸을 드러내서도 안 되기 때문에 항상 긴 소매 옷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일상적인 넥타이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외국에 갈 때는 이처럼 그 나라에 대해 약간은 알아보고 출발합니다. 중동 방면엔 별로 가볼 기회도 없기 때문에 대표팀 원정은 제게 좋은 경험이 됩니다.

시합 결과는 아쉽게도 1 대 2로 이란에 졌습니다만, 저는 국가대표전에서 오랜만에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도 홍영조 선수와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만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팀 상황이 결코 나빴던 건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시합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4 대 1로 승리했다니 B조는 점점 혼전 양상을 보이게 됐습니다. 마지막까지 한눈을 팔 수 없는 월드컵 예선전을 계속 즐겨 주세요.

대학 기숙사에서 몰래 잉꼬 한 쌍 키워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는 여기저기서 ‘에코’라는 말이 들립니다. 거리에서도 ‘에코’, 텔레비전에서도 ‘에코’, 가는 곳마다 ‘에코’ 글자.


‘에코’란 에콜로지(ecology)의 약칭으로 넓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활동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에코’가 떠오르고 있다고 지인한테서 들었는데, 어떠한지요?

몇 번인가 이 칼럼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저는 ‘에코’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보호나 동물 애호에 관한 것이라면 물불 안 가립니다. 텔레비전에서 동물이나 환경 문제에 관한 프로를 하고 있으면 무심코 빠져듭니다. 어릴 때 동물을 많이 키워 봐서 그런지 동물을 너무 좋아합니다. 잉꼬, 오리, 개, 고양이, 햄스터, 투구벌레, 거북, 토끼 … 키울 수 있는 작은 동물은 거의 키워봤습니다. 대학시절에도 금지돼 있었습니다만 기숙사에서 몰래 잉꼬 두 마리를 키웠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잉꼬에게 저와 여자친구의 이름을 각각 붙여 원거리 연애의 썰렁함을 달래기도 했습니다.(하하)

최근 특히 마음에 걸리는 게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동물들의 삶터가 위협받고 절멸종도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이 점점 녹고 있는 걸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 지구가 어떻게 된다는 얘길 하자는 건 아닙니다만, 대홍수가 날 가능성도 있고, 또 거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올해 여름 걸핏하면 게릴라성 호우라는 엄청난 비로 사망자도 발생했습니다. 우리 집이 있는 나고야에서도 대홍수가 나 강이 범람하고 가옥이 침수됐는데, 친구도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상기후도 지구 온난화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저를 포함한 인간들의 생활 형편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자연 파괴가 가속화돼, 동물들이 살아가기 어려워지고 절멸종이 느는 건 어쩐지 꺼림칙한 면이 있습니다. 정말 사랑스런 동물들도 지구의 주인입니다. 저도 지구의 주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자신의 친구들이 곁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걸 내버려두지 않듯이, 같은 지구의 주인인 동물들이 고통을 당하는 걸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이제까지 인간의 생활 수준을 발전시킨 지식이나 기술이 있다면 그것을 잘 이용해서 어떻게든 자연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일개 스포츠 선수로서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물 아끼는 빡빡머리가 ‘에코’일세

그래서 저는 일상적으로, 정말 사소한 것이긴 합니다만 저 나름의 ‘에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대세의 에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우리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의 전기는 바지런히 끕니다. 낮에는 커튼을 열어 밝은 태양빛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죠. 친구가 놀러온다든지 해서 화장실에 불을 켜 놓기라도 하면 반드시 주의를 줍니다.(하하)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 플러그는 콘센트에서 빼 놓습니다. 꽂아 두면 대기전원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방의 전기나 텔레비전을 켜 놓고 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쓰레기는 될 수 있는 한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고 분류도 확실히 합니다. 에어컨도 한여름 꼭 필요한 때를 빼고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켜 놓더라도 온도는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섭씨 27도 안팎으로 설정합니다. 항상 반바지에 소매 없는 셔츠 같은 통기성 좋은 차림새로 지내면서도 청소를 하든지 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범벅이 됩니다만 ….(하하) 목욕할 때 샴푸로 머리를 감을 동안은 샤워 물을 흘리지 않도록 빈틈없이 꼭지를 잠가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럴 때 저의 빡빡머리가 도움이 됩니다. 빡빡머리도 ‘에코’로군요.(하하) 양치질을 하고 있을 동안에도 반드시 수도꼭지는 잠가 놓습니다.

일본에서는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갈 때 자원절약이라는 명목으로 비닐봉지를 갖고 가는 사람에겐 특전을 부여하는 게 어느 사이엔지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리고 집을 지을 때는 전기가 아니라 태양열 집열장치를 지붕에 설치해 ‘에코’를 강조하는 기업도 늘고, 자동차 분야에선 자원 절약으로 ‘에코’를 의식한 연비 좋은 차들이 많아 세계적으로 일본 차들이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좀더 살펴보면, 전기제품 등은 될 수 있는 한 에너지 절약형 에코 제품을 선택하도록 최근 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시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환경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가 돼 있는 거지요.


방수복을 입고 강바닥까지 내려가 쓰레기를 길어 올렸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제공
저의 ‘에코’라 해봤자 이처럼 단순하고 간단한 것뿐입니다. 당연한 생활인 거죠.(하하) 그래도 이런 당연한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지구가 비명을 지를 지경이 돼버린 것이겠지요. 저 한 사람이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중에도 ‘에코’에 흥미를 지닌 사람이 늘어난다면 기쁘겠고, 또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몇 분의 가족이나 벗들, 또 그 벗들의 벗들한테로 그런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스포츠 선수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같은 팀의 가와시마 선수도 지역 소(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와시마 시트’라 이름 붙인 홈 게임에 초대하는 등 지역에 공헌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도 너무 좋아하는 동물을 위해서라도 환경보호활동과 관련한 ‘정대세★에코 프로젝트’ 같은 걸 만들어 볼까요? 그때는 한국의 여러분도 함께 ‘에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텐데요.

얼마 전 제가 소속된 가와사키 프론탈레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근처 다마가와(강)를 서포터 여러분들과 함께 청소하고 왔습니다. 다마가와는 도쿄도와 가나가와현의 경계를 흐르는 강인데, 도쿄만으로 이어지는 하류 쪽이 저희 팀이 있는 가와사키와 닿아 있습니다. 가와사키 근처는 공업지대가 있어서 강도 오염돼 있었습니다만 몇 년 전에는 해표(바다표범) ‘다마짱’이 어딘가에서 표류해 와 자맥질할 정도로 깨끗한 강이 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몇 백명이나 되는 구경꾼들이 몰려올 정도로 유명해진 강입니다.

청소하는 그날 몇 명이나 모일지 약간 불안했습니다만, 뜻밖에도 강에는 무려 600명이나 되는 많은 서포터 여러분들이 나와 주셨습니다. 감격했습니다! 강을 무척 좋아하는 저는 시종 신바람이 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으니 금세 끝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그게 오산이라는 게 금방 드러났습니다.

방수복 입고 강바닥 청소에 도전

하천변 청소와 하천 바닥 청소로 나눠 청소를 했습니다만, 하천 바닥 청소를 맡은 저는 방수복을 입고 처음 도전하는 카누를 타고 강바닥 쓰레기를 건져 올렸습니다. 건져 올려도 올려도 끊임없이 나오는 쓰레기. 줄줄이 올라오는데, 확실히 건져 올린 보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다른 강에 비해 교외에 있는 다마가와가 깨끗해 보였습니다만 생각 이상으로 오염돼 있다는 걸 통감했습니다. 40분간의 청소로 약 4톤의 쓰레기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청소 작업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대성황이었습니다.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저 자신 또한 ‘에코’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또 ‘다마짱’이 다마가와에 놀러와주기를 기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 하루였습니다.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이번 글에선 정대세 주변의 ‘에코’에 대해 얘기한 셈이 됐습니다만,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 한국의 여러분도 저와 함께 ‘에코’를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한 사람에서 두 사람, 두 사람에서 열 사람, 열 사람에서 백 사람 식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게 즐겁고 마음 든든합니다.

‘의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지구가 바뀐다.’

자신들의 삶을 위해 파이팅합시다.

그럼, 또 다음에.

정대세 조선축구대표팀 선수·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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