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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최근 시작한 골프. 온갖 운동에 복부 코르셋까지 활용하지만 며칠만 쉬어도 뱃살이 몰려온다. 사진 정대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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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알고보면 살찌는 체질 정대세의 파란만장 다이어트 편력기, 불고기의 기름진 유혹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네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저 정대세는 19일부터 전체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칼럼을 읽을 무렵에는 일본 규슈지방의 미야자키현 캠프에 가 있을 겁니다.
이 캠프는 시즌 개막까지 굉장히 중요한 몫을 할 겁니다. 캠프에서 확실히 몸을 단련해 두면 리그전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지난해에 절실히 깨달은 저는, 약 6주일간 오프 기간이었습니다만, 완벽한 컨디션으로 캠프에 임하려고 몸만들기(다이어트)에 힘썼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저 정대세는 난감할 정도로 살이 찌기 쉬운 체질입니다. 연습을 세게 하고 있는데도 체중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뛰어도 뛰어도 줄지 않는 체중을 어찌할꼬
학생 시절 저는 전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습니다. 옛날부터 아버지의 입버릇 중 하나였던, “아버지가 어렸을 적엔 말이다, 매일 밥공기 한가득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었어!”라는 말 그대로, 언제나 토할 만큼 밥을 많이 먹었습니다. 제 최고 기록은 꽉꽉 눌러 담은 공기로 5그릇 먹은 겁니다. 그 덕분에 형보다도 키가 6센티나 더 컸는데, 지금에야 성장기의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초 대사량이 많을뿐더러, 축구부에서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뜀박질을 시켰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어떻게 하면 몸집을 더 불릴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간단히 체질이 바뀌다니, 솔직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움직일 시간도 있고, 일 자체가 다이어트에 최고로 적합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토록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방심하기만 하면 살이 찌니 은퇴 이후가 정말 걱정됩니다.(아직 은퇴를 생각할 나이는 아닙니다만, 이번 오프 기간 중에는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반드시 움직이고 있고, 살찌지 않으려고 틈만 나면 조깅하러 나갔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는 밤에 사우나에서 1킬로 감량을 목표로 냉온 교대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드디어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다이어트 용품을 홈쇼핑으로 구입했습니다. 무슨 물건이냐면, 복부에 코르셋을 감은 뒤 전원을 켜고 20분 동안 앉아 있기만 해도 윗몸일으키기 100회분의 효과가 난다는 것입니다. 뭐, 코르셋에 부착되어 있는 고무 같은 것에서 전기가 흘러나온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듣거나 보신 적 있습니까? 구매 뒤의 감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솔직히 20분 동안 그 코르셋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느니 윗몸일으키기를 100번 하고 마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요, 물론 제가 스포츠 선수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겠지만요. 차로 이동할 때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멍하니 있을 때 배에 감고 있기만 해도 복근이 생긴다는 건 괜찮은 일인데, 확실히 효과는 있습니다. 배 언저리를 단련하는 스포츠라니 생각납니다만, 최근에는 골프도 시작했습니다.
뭐 이런저런 정대세류의 다이어트는 많이 있습니다만, 저와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 예컨대 만원 전철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회사로 출퇴근하시는 분들 중에 아침이나 퇴근 뒤 헬스클럽에 가거나 집 주변을 달리거나 하는, 건강 유지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외국으로 시합하러 나갈 때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공항으로 가는 도중, 흔히 그런 분들을 보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고역인 저로서는, 특히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달리기를 마치고 일하러 나가시는 분들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저는 학생 시절에 아침연습이 무엇보다 싫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는 아침연습에 나가는 게 암묵적으로 의무화돼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또, 축구에서는 한 점의 타협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빠짐없이 챙겨 왔습니다만, 제게는 이 아침연습이 제일 힘들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하하)
우리 집에서 내가 다닌 초등학교까지의 통학시간은 약 2시간입니다. 집에서 역까지 자전거로 30분, 덜컹덜컹 전철에 흔들리며 1시간, 역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20분입니다. 아침 8시부터 연습을 시작하려면 6시 무렵에는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언제나 저보다 먼저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저를 깨워주신 어머니가 고마웠고, 제가 집을 나서는 6시 전에 집을 나서서 일터로 가시는 아버지의 일에 대한 책임감은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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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불고기는 다이어트의 큰 적. 사진 정대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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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린 마음에도 일하느라 애쓰시는 아버지께 지지 않도록 내가 더 빨리 일어나 축구 연습을 하겠노라는 마음에,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차로 역까지 가게 되니 더 빨리 역에 도착했고, 제일 먼저 학교에 갈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그래도 역시 저는 아침 일찍 깨는 게 힘들고 준비도 느렸기 때문에 일어나서 바로 차를 탈 수 있도록 전날 밤부터 준비해둔 짐을 들고, 밥 위에 어머니가 만드신 돼지고기찌개 국물이랑 절임을 얹은 밥그릇까지 들고 차에 탔습니다. 이런 초등학생이 또 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리움과 함께 웃음이 비어져 나옵니다. 거의 매번 차가 흔들리는 통에 국물을 흘리고, 아버지께 혼나고, 창피하게 교복에 얼룩을 묻힌 채 학교로 갔습니다. 제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뭐라고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없는 때도 있습니다만, 행동은 몹시 민첩한 분입니다. 제가 약간 늦잠을 잔 날, 허둥지둥 얼굴을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면, 벌써 아버지의 차는 떠나버리고 그저 멀어져가는 차를 말없이 바라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면서 버림받지 않고 아버지의 차에 잘 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최후의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책가방을 챙겨 두는 건 물론이고, 자기 전에 잠옷이 아닌 교복을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 일어났을 때 짐만 들고 바로 아버지의 차에 탈 수 있도록 수를 쓴 것입니다. 하지만 교복을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간 저를 본 어머니가 “너 잠꼬대하니?” 하며 바로 잠옷으로 갈아입게 한 적도 있습니다.
잠과의 전쟁에서 이기려 교복 입고 취침도
아침연습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직 더 있습니다. 저는 본래 다른 사람에게 지는 걸 정말 싫어하는 성격입니다만, 이상한 데서 그 똥배짱이 발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아침연습의 질을 높인다거나 조금이라도 축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걸로 친구와 경쟁하는 법인데, 저에겐 연습보다도 학교에 일찍 가는 건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기묘한 승부욕이 고개를 쳐든 겁니다.
처음에는 축구부 그 누구보다도 일찍 학교에 간다는 걸로 우쭐해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모자라 점점 정도가 심해져서, 내일부터는 선생님보다 일찍 와 버릴 거야 하고 굳게 마음먹고는 마침내 첫 전철을 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마 그때 전철 첫차 출발시각이 아침 4시 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침이라기보다는 새벽이지요. 물론 하늘은 새카맣고 잠을 잔 시간도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친한 후배를 억지로 꼬셔서 같이 첫차를 타고 학교로 갔습니다만 도착했는데도 아직 아침 6시 정도. 아무렴 이 시간에는 선생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기척을 느꼈고, 설마 했더니 하필 선생님이 “오늘도 일찍 왔구나!” 하고 목소리도 상큼하게 …. 젠장!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기껏 최후의 수단을 썼는데도 선생님에게 지고는 일거에 맥이 빠져 돌계단에 주저앉은 채 자버렸는데, 깨어나 보니 막 수업이 시작될 시간 ….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침 일찍 등교한 건지 모르겠더군요.
이런, 여담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학생 시절 아침연습을 빼먹은 적은 없습니다. 이런 제가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회사에 가는 분을 정말 존경한다고 한 것은, 역시 학생과 사회인의 차이를 깨닫고 나서부터입니다. 학생은 앉아서 수업을 듣고, 그러고 나서는 맘껏 부 활동에 몰두하는 등 즐거운 일뿐입니다만, 사회인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정신 바싹 차리고 진지하게 일하는 점이 학생과는 전혀 다르죠. 프로의식을 가지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자세가 어떤 건지 학생 시절에는 알 도리가 없으니까요.
저도 항상 일에는 진심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만, 달려도 달려도 이놈의 뱃살이 …. 체중은 유지하고 있는데, 도대체 뭡니까 이 뱃살은! 단순히 하루 동안 섭취한 칼로리가 그날의 소비 칼로리보다 많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체육학부 출신인 제가 인체생리학적 견지에서 확실히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된 노릇인가요?! 역시 인간이란 타협하는 생물이고 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요리나 과자가 있으면 먹게 되는 게 사람 심리인지라, 한마디로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명언이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티브이나 잡지, 신문, 인터넷 등에서도 저 자신이 공언했습니다만,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 찌기 위해 먹는 거나 다름없는 음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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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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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입니다. 전에 축구부원이었던 동급생들이 졸업해서 회사에 취직하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10㎏, 20㎏ 쪄버리게 된 원인 음식이 바로 불고기입니다. 상사나 손님과 식사하러 가게 되는 기회가 많고, 플러스 알파로 맥주나 술을 동시에 마시게 되면 한층 더 뱃살을 불리는 속도가 가속됩니다.
내 천적 지방, 이제 결별하련다
이번 글에서는 저와 지방의 갈등으로 빚어진 고민에 대해 좀 얘기했습니다만, 요즘 날씨는 추워서 어떻게든 몸을 지키려고 지방이 끼기 쉽죠. 제 천적 ‘지방’과 결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미야자키 캠프에서 확실히 몸을 만들겠습니다! 영원한 라이벌은 저 자신입니다. 불고기의 유혹에 질까 보냐~! 그럼, 또 다음에.
정대세 조선 축구대표선수·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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