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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나이키에서 후원을 받기로 했다. 프로선수에게는 수입과 후원도 중요한 일이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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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일본 대표 vs 한국 대표 vs 조선 대표 차이를 질문받을 때 내가 하는 답변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그전이 마침내 한국, 일본에서 모두 개막됐군요. 축구팬 여러분은 물론이겠고 선수들도 이날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착실하게 단련해온 지난 2개월간의 생활에서 벗어나 긴장감과 자극으로 가득 찬 생활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방망이질을 합니다. 수많은 관중과 요란한 환호 속에 짜릿한 경기를 펼치면서 이겨서 기뻐하고 져서 애통해하는 그런 일희일비도 선수로서 맛볼 수 있는 묘미입니다. 기자의 따끔한 질책에 정신이 번쩍 하지만 개막전에서는 전반부터 경기 흐름이 좋지 않았고 결국 강력한 공격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1점밖에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좋을 때는 최고의 충실감으로 뿌듯하지만 이번처럼 신통찮을 때는 항상 그 몇 배의 통분과 자책감에 빠집니다. 또 이번엔 심판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해 상대 선수들을 향해 다소 격한 대시를 했을 뿐인데도 모두 벌칙 판정을 받아 마치 럭비 게임 때처럼 격렬한 몸놀림으로 플레이를 하는 저로서는 전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옐로카드까지 받아 영 뒷맛이 개운찮은 개막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25살을 맞아 사사오입하면 30살 영역에 돌입한 저의 넋두리이긴 합니다만, 다양한 국면에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선수에겐 중요한 능력인 이상 이런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요 며칠 저기압이 돼 있는 저를 보고 어느 담당기자가 말을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혼자 떨어져 있는 틈을 타서 질책 격려하려고 타고 있던 자동차 있는 곳으로 와서 “요 앞 경기 때 싸운 팀의 GM이 당신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정대세는 무서운 선수지만 화가 나면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어. 분하지도 않아!? 이런 얘기 모두가 있는 데서 하기 뭣해서 이렇게 직접 얘기해 주러 온 거야. 심판한테 화가 치민 건 알겠는데, 그 때문에 정대세다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좋아할 쪽은 상대팀이야” 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정말 그대로입니다. 지난해에도 레귤러에서 제외돼 몇 날이나 낙담하고 있는 저를 보고 그 기자가 말했습니다. “이런 정대세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언제나 그라운드에서 원기왕성하게 휘젓고 다니면서 상대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대세에게 반한 사람이야. 이래서는 절대 안 돼!”라고.저는 처음엔 이 기자가 도대체 뭔데 내게 간섭을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저를 위해 따끔한 소리를 해주는 사람은 없어졌고 모든 언동은 제 재량껏 하게 됐습니다. 지금 따끔한 소리를 해주는 사람은 집안 사람들뿐. 따라서 기자가 그렇게 하는 경우는 좀체 없을 것이라고,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정말 드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가라앉아 있을 때는 말 걸기 귀찮다며 방관하는 기자나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그 기자는 제게 따끔한 소리도 하고 저를 위해 정직하게 얘기해 줘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 자극은 침체돼 있을 때야말로 정말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저를 분기시킵니다. 또 한 번 도전해볼 오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다시 힘내라, 대세! 득점왕 따고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쳐볼까? 이런 식으로 자문자답하기도 합니다! 축구선수가 된 지 만 3년. 그저 저돌적으로 축구를 해왔습니다만,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까지 신경 쓰지 않았던 일도 최근 눈에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팀과의 계약이나, 선수를 서포트해준 메이커(업체)와의 계약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계약하고 올해도 나이키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내 다큐를 보면서 또 울고 말았네 그러면서 일본의 축구, 세계의 축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프로축구 선수로서 살아가는 이상 항상 따라다니는 당연지사가 수입 문제. 활약한 선수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수입과 부수입. 좋은 활약을 하면 팀한테서 받는 연봉은 물론 올라가고 스폰서한테서 받는 수입, 시엠(CM) 계약, 대표선수로서 받는 승점 보너스, 상금 등도 안정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 축구라는 틀을 통해 보면 어떠할까요. 일본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야구입니다. 스포츠 뉴스에서도 가장 많이 다뤄지는 게 야구입니다. 황금시간대 텔레비전 방송도 대부분 야구입니다. 일본에서 축구선수 연봉은 야구선수에 비하면 일반적으로 정말 적습니다. 한국에서도 야구가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야구보다 축구의 인기를 높이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상념에 빠집니다. 저는 다른 축구선수들에 비하면 미디어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만, 그것도 축구 인기를 높이기 위해 그러는 면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을 통해 선수의 친숙한 면을 보고 조금이라도 축구에 흥미를 갖고, 그래서 축구 팬이 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유럽은 어떨까요? 축구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야구 이상의 지위를 점하고 있는 국민적 스포츠가 축구입니다. 너무 열광적인 나머지 서포터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질 정도. 정말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포츠 뉴스를 보노라면 유럽 선수들의 연봉, 이적료는 듣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그럴 때만큼은 가느다란 저의 눈도 동그랗게 됩니다.(하하) 일본에서 축구는 야구 다음, 세계적으로 봐도 일본(아시아)의 축구는 아직 아래쪽. 이런 걸 생각하노라면 인기 면에서도 금전적인 면에서도 일본에서 축구를 한다는 게 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들고 안타까운 기분이 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제 실력은 제쳐놓고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도 프로로서 수입을 늘리는 데도 물론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편으로 저를 통해서 여러분이 축구를 좋아하게 되도록 미디어나 이벤트 등에 적극적으로 임해 나가겠습니다. 특히 한국의 시엠에 나가 봤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방영된 저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 디브이디를 최근 드디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반년에 걸친 밀착취재를 거쳐 1시간 반짜리 다큐멘터리가 완성됐습니다. 내용은 재일조선·한국인 두 사람의 축구선수가 조선 대표로서 살아가는 길과 국적을 일본으로 바꿔 일본 대표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이충성 선수를 소개한 것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제 얘기인데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이 칼럼을 읽는 분은 “대세가 또 울고 있단 말이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선 잊기 쉽지만 항상 저를 감싸주는 ‘재일’이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포에 감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조금도 비관할 것 없으며, 돈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토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조선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를 칭찬해 줍니다. 반조선적인 보도가 난무하는 이 이국의 땅 일본에서 제 의지대로 조선 대표를 선택해서 활약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제가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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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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