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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딩슛 골인 논란이 일어난 월드컵 예선 한국전. 몸 컨디션이 안좋아 경기 내내 안절부절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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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한국과 조선 시합, 애석하고 아슬아슬한 판정이운재 선수 역시 굉장…진 것은 진 거
배탈 나 화장실 갈 일 생기면 어쩌나 안절부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도 어느덧 6경기가 끝나고 2경기만 남았습니다. 최근 한국에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한 번은 3월18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때문에 포항에, 또 한 번은 여러분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4월1일 서울에. 여러분도 4월1일 한국 대 조선 시합(남북 대전) 얘기가 신경 쓰이죠? 후반 2분 정대세의 헤딩슛이 골인은 아니었던가? 또 정대세 식중독 사건의 진상은? 등등 한국에선 크게 보도됐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골인이라 생각…5회 때는 복수 후반 2분 골의 실상은?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건 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애석했고, 아슬아슬한 판정이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으로는 각도에 따라 들어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때 현장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 않은 이상 확실한 건 누구도 얘기할 수 없습니다. 한국팀 골키퍼 이운재 선수가 역시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엔 축구의 신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거겠죠 …. 먼 과거의 얘깁니다만, 마라도나가 신의 손 덕택에 골을 넣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축구의 신은 거의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 제 편에 서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겠죠!! 어쨌거나 진 것은 진 거니까 다음에 만회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료 3분 전의 실점이었던 만큼 더욱 분했지요! 한국이 강팀이라는 걸 재확인했고 우리 팀의 발전도 다시금 실감한 시합이었습니다. 네 번째 코리아 더비도 마침내 결말이 났습니다. 5회 때는 복수할 겁니다!!(하하) 앞으론 강인한 내장 트레이닝도! 그리고 이번에 갑작스런 몸 컨디션 악화로 정말 고생했습니다. 시합 전날 저를 포함한 몇 명의 선수들이 갑자기 열이 나고 설사와 구토를 하는 몹시 힘든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국제시합에 결장할 수도 없어 의사의 치료를 받고 어떻게든 당일 시합에 출전할 순 있었습니다. 뒷얘기지만, 실은 시합 도중에도 매우 힘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제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셨습니까. 화장실에 달려가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안절부절 못한 상태로 시합을 이어 갔습니다. 게다가 유니폼이 흰색이어서 … 온갖 걱정을 다 했습니다.(하하) 그럭저럭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에 서 있을 수 있었던 게 다행입니다. 해외 원정이 계속되면 몸 컨디션이 나빠지는 건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사고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관리하는 것도 또한 프로의 일. 근육 단련은 빈틈없이 했으나, 앞으론 강인한 내장을 만드는 트레이닝도 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군요! UAE와 평양 대전 때 인생 최대 굴욕 사건이… 농담은 이쯤 해 두지요. 화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3월28일 평양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대전 때 일입니다. 제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살리지 못하고 스코어 없이 0 대 0으로 끝나나 하는 암담한 생각이 짙어질 때 후반에 남철이의 호쾌한 미들 슛으로 선제점을 얻었습니다. 그 뒤엔 상대의 반격을 우리가 자랑하는 수비로 별다른 위기 없이 시합을 끌어갔습니다. 저에게 인생 최대의 굴욕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 무렵이었습니다. 후반 30분 무렵이었나요.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근처까지 뛰어나와 금철이와 맞붙었는데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제가 있는 곳으로 공이 흘러나왔습니다. 저로서는 골키퍼가 앞에 나가 있는 절호의 찬스. 주저 없이 슛을 노렸습니다만 그날은 골의 신이 저를 싫어한 건지 기술 부족 탓인지 공은 하늘 높이 떠 버렸고 달리 손쓸 수도 없이 골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골키퍼가 내 발치까지 슬라이딩 태클을 해 왔습니다. 전혀 공과는 상관없이 말이지요. 퇴장까지도 명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고의적 파울이었는데, 발을 낚아채인 저는 완전히 공중에 붕 뜬 뒤 하늘을 향해 누운 자세로 떨어졌습니다. 숨이 멎을 만큼 아파서 일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버둥대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골키퍼가 팔꿈치로 가격해 왔습니다. 저도 정신없이 넘어진 상황에서 점잖지 못하게 팔꿈치 공격으로 대항하고 말았습니다만, 그러자 그 골키퍼는 쓰러지면서 제 얼굴을 스파이크로 걷어찼습니다. 심판이 카드를 꺼내들겠지 했는데 피장파장이라고 여겼는지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반격으로 팔꿈치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내심 카드 경고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진짜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시합 종료 직전 문인국 선수가 2점째 골을 넣은 뒤 우리 진영으로 철수할 때 좀 늦게 돌아오던 저는 골키퍼가 손을 내밀기에, 앞서 있었던 일에 대한 화해의 악수인가 하고 생각하고 손바닥을 마주쳐 주려고 했더니 뜻밖에도 제 얼굴에다 침을 뱉었습니다. 또다시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우선 심판이 보고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선심을 확인했는데, 심판들은 전혀 다른 쪽을 보고 있었고 이쪽 일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시합중 부정한 보복 행위로 발을 짓밟히는 일은 중·고교 시절부터 많이 겪었고, 프로가 되고 나서도 가끔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순 순간 열탕기 같은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한데 그때는 냉정하게 ‘이리 와!’(Come on!) 하면서 골키퍼에게 다가가 침을 뱉은 골키퍼의 유니폼으로 침을 닦으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뒷걸음질치며 달아났습니다. 팝송 가사 외운 단어, 경기에서 써먹을 줄이야 그러자 있을 수 없는 당시 광경과 사건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굴욕적인 행위를 당한 뒤 몇 분이 지났기 때문에 불필요한 카드를 받아선 안 된다는 냉정한 감정이 머리 한편에 있었습니다. 감정 일변도로 달려가다 경고를 받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냉정하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심판이 미심쩍게 생각하며 다가왔고, 거기서도 저는 경고를 받지 않도록 냉정하게 영어로 말했습니다. “심판, 내 얼굴을 보시오! 골키퍼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소.” 심판은 내게 “하지만 난 그걸 보지 못했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하지만! 내 얼굴을 잘 봐요! 이 침은 명백한 증거요! 심판께선 레드카드나 옐로카드로 그를 처벌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일본에 돌아갈 수 없소! 내 평생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그를 죽일 거요. 3초의 여유를 주겠소. 1. 2. 3.” 이런 얘길 하고 싶었으나 실제로는 그 절반도 얘기할 수 없었지만요. (하하) 그 안타까움과 답답함 때문에 분노는 몇 배나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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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정대세의 즐거운 프리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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