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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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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한국 인도음식의 기준이 돼 버린 인도음식점 1호,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비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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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 1,2층에 식당이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 놀라울 정도로 비싸죠. 언젠가 파이낸스센터 지하1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가 2만원 가까운 값에 거의 사기당한 기분이 들더군요.
Z : 한국의 인도 레스토랑이 왜 이렇게 비싼지 요리사인 저도 궁금해요. 청담동의 한 인도 음식 레스토랑에 아는 요리사 후배가 있었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요리에 뭘 집어넣냐?”고 물은 적도 있습니다.
참 뻑뻑한 케밥, 사모사도 특이한 게 없네
사모사는 ‘한 점에 2000원을 내고 먹을 만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요리를 시켰다. 다른 일행 한 사람을 합쳐 모두 셋이 요기할 정도의 양을 시키기로 했다. 평소 인도 음식점에서 시켜보지 않았던 양고기 케밥 한 접시, 치킨 커리 한 접시, 그냥 난 한 접시와 마늘난을 각각 한 접시 시켰다.
고 : 한국의 음식값은 땅값 때문에 비싼 건가요? 그럼 서울보다 땅값이 비싼 뉴욕이나 도쿄가 서울과 음식값이 비슷하거나 싼 건 왜 그럴까요?
Z : 글쎄요. 저는 90년대 중반 요리 공부를 하면서 일본에 약 3년 머물렀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싸게 먹는다고 하면 얼마 정도가 드는 줄 아세요? 서민들이 그냥 먹는 가령 덮밥 같은 게 4천원이 채 안 됩니다. 380엔 정도죠. 도쿄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 강남 음식값과 광화문 음식값이 너무 천차만별입니다.
음식값이 무조건 싼 게 좋은 게 아니고 비싸다고 다 나쁜 게 아니다. 비싸더라도 ‘그럴 만하다’는 느낌을 분위기나 맛, 서비스에서 받을 수 있다면 괜찮다. 제트는 이를 두고 “작정하고 외식한다고 쳤을 때, 그 시간 동안의 행복을 살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양고기 케밥의 양과 치킨은 너무 뻑뻑했다. 치킨 커리는 나쁘지 않았다. 난은 타지 않고 부드럽게 구워내 맛이 좋아, 주문한 음식 가운데 가장 나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양고기 케밥 한 접시가 2만원. 치킨 커리가 1만7000원. 그냥 난 2000원, 갈릭난이 25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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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강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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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이 비싼 월세 때문일까
음식이 모자라, 치킨 비리야니(볶음밥)와 칠리 커리를 추가했다. 비리야니가 1만5000원이고 칠리커리가 1만9000원이다. 6000원짜리 라시(인도 전통 음료)까지 시키니 모두 10만1750원이 나왔다. 이렇게 비싼데도 손님들은 계속 줄을 이었다. 요리사 제트는 “음식이 비싸도 맛이 좋고 행복을 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강가는 ‘이건 왜 2만원일까?’라는 느낌을 준다. 광화문에서 종로 쪽으로 빠지면 갈 데가 있는데, (저 돈을 내고) 왜 저길 갈까?”라고 갸우뚱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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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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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치 의견 : 셋이 크게 배부르지 않을 양을 주문했는데도, 10만원이 넘었다. 합리적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고나무 기자의 맛 경찰’이 서비스가 형편없는 식당, 광고와 맛, 서비스가 다른 식당, 문제 있는 먹거리 업체에 대한 독자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할 곳 :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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