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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죽전에 있는 이현욱씨의 ‘모바일 하우스’. 겉으로 보면 잘 지은 일반 단독주택인데, 컨테이너 상자 구조여서 들고 다닐 수 있고 위아래층을 분리할 수도 있다. 이현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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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이동식 주택 만든 건축가 이현욱씨
새집 지으려 멀쩡한 건물 허무는 세태 놀라너무 심한 자원낭비란 생각에 실험 시작
트럭에 싣도록 블록형 제작…건축비도 저렴
“이웃서 햇빛 가린다기에 3m쯤 밀어 옮긴적도” 누구나 남들보다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있다. 건축가 이현욱(39·광장건축 대표)씨에겐 ‘실험정신’이란 것이 남들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이 실험정신 충만한 건축가가 신참이었던 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이씨는 한 재벌 2세의 신혼집 설계 경쟁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서울 최고 부촌 재벌 회장 집 옆에 2세의 신혼집을 새로 짓는 설계 응모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낙선한 이 작업에서 이씨는 무척 놀라운 장면을 봤다. 아들 부부에게 새집을 지어주고 싶었던 재벌 회장은 지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옆집을 웃돈을 얹어주고 사서 그 집을 헐어버리고 다시 새집을 지었던 것이다. 잘 지은 새집을 허는 데에만 당시 돈 5000만원을 아낌없이 써버리는 것을 보고 이씨는 너무 아까웠다. ‘저 좋은 집 헐지 말고 나를 주지.’ 그러나 집이란 것은 땅에 콕 박혀 들고 다닐 수도 없는 일. 그때 이씨에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들고 다닐 수 있는 집을 지으면 어떨까?’ 10년쯤 지나 이씨는 분양 받은 경기도 죽전 택지에 자기 집을 짓게 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구상했던 실험을 마침내 실현했다. 땅 위에 그냥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이동 가능 주택, 이사 갈 때는 정말 트럭에 싣고 가지고 갈 수 있는 집, 이름하여 ‘모바일 하우스’(사진)를 지은 것이다. 집 자체도 실험이고 이 집에서 사는 것도 실험이다. 한국에서 하나뿐인 집에서 2년째 ‘실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 소장을 만났다. 겉으로 봐서는 정말 이동 가능한 집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거죠? “집 자체를 컨테이너 크기와 똑같이 지었습니다. 스틸하우스로 3미터 곱하기 6미터여서, 그대로 컨테이너차에 싣고 다닐 수 있습니다. 이 상자 모양 집 위에 하나를 더 얹으면 그대로 2층이 되는 거죠. 1층과 2층은 볼트로 붙였다가 옮길 때 풀어서 들고 가면 됩니다.”
땅 파고 기초 다지는 공사 같은 것들이 필요 없을 테니 짓기는 참 쉽겠습니다. “콘크리트 양생(굳히기) 그런 것들이 없죠. 공사에 두 달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실험하느라 길어진 것이지 실제로는 일주일이면 충분히 짓습니다.” 일주일이요? “그럼요. 골조 공사는 하루 걸렸습니다. 이 집을 거의 다 지었을 때쯤 이웃에서 햇빛을 가릴 것 같다고 좀더 집이 물러날 수 없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러지 뭐, 그리고 7명이서 집을 슬슬 밀어서 3미터쯤 뒤로 옮겨줬습니다.” 공사비는 얼마나 들었어요? “평당 350만원 정도?”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공사비가 많이 든다. 아파트는 대량으로 지어 재료비 등의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단독주택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아파트 공사비는 대략 수도권일 경우 순수 건축비용만 평당 250만~300만원 정도다. 같은 재료로 다세대나 단독주택을 지으면 더 비싸게 든다. 다세대는 평당 300만원 이상, 단독은 400만원 이상, 전원주택은 500만원 이상이다. 그러니 350만원이면 무척 적게 든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집을 지을 결심을 했습니까? “그때 재벌 2세 새집을 짓자고 멀쩡한 집을 허는 것을 보고 집이 땅에 고정되어 있는 것의 문제점을 실감했어요. 요즘에는 재개발 등으로 집들의 수명이 짧습니다. 집이란 게 헐면 다 폐자재가 되어버려요. 주택도 자동차처럼 중고 시장이 있어서 사서 들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러면 자원도 재활용될 수 있으니까,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 같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난방이 가장 궁금한데, 어떻게 해결합니까? “이동식 주택이니 도시가스를 안 했죠. 이동 가능한 주택이니 전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전기로 생활했는데, 첫달 전기요금이…, 얼마쯤 나왔을 것 같으세요?” 글쎄요, 많이 나왔나요? “2000킬로와트가 나왔습니다. 일반 가정집이 한달에 한 300킬로와트 정도 씁니다. 요금은 119만원이 나왔어요. 아내가 거의 돌아버렸습니다. 저보고 ‘건축가 맞아?’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엘시디 텔레비전이 그렇게 전기를 많이 먹는지 몰랐어요. 2000킬로와트에서 냉난방이 1000킬로와트 정도, 400킬로가 취사에 들었어요. 태양열 전기도 생각해봤는데 온 지붕 전체를 덮어도 부족해서 할 수가 없었어요.” 이씨는 이 실험 덕분에 에너지 문제, 환경 문제, 건축 전반에 대해 건축가로서 여러가지를 실감하고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생기는 노하우 축적도 만만찮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이 최고 바보짓이더라고요. 그래서 엘피지로 바꿨어요. 같은 가스라도 이동식으로 연결할 수 있으니까. 가스비는 월 50만원에 전기요금은 3만원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런 시행착오를 한 게, 에너지 자료 등 좀 참고할 만한 기존 자료들이 거의 없어요. 아무도 안 해봤나 봐요.” 아무리 의미가 있어도 불편함을 감수하자고 작정해야 가능한데 참 과감합니다. “처음에 제가 이 생각을 했을 때는 애가 없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소장은 두 자녀가 있다)이 자라니까 실험을 하기 좋겠더라고요. 전기며 가스니 이런 것들에 대한 자료가 착착 쌓이니까요. 아내는 싫어해요. 왜 우리가 실험을 해야 하냐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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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현욱씨는 친환경 재활용 가능한 ‘움직이는 집’을 만들어 직접 살아보고 있다. 한번 짓고 나면 옮기지 못해 건축폐기물이 되어버리는 고정된 집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독특한 실험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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