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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3 15:03 수정 : 2008.11.03 15:03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거품 절정기 대비 30% 이상 하락 전망…7조달러 증발
대출자들, 줄줄이 집열쇠 넘기면 금융부실 감당 못해

10월14일 미국 재무부의 은행 자본 보강과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지급보증 발표 이후 급속히 타오르던 신용 공황의 불길은 어느 정도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1일물 기업어음(CP) 시장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 가운데 2500억달러를 금융기관들의 자본 보강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최소한 투입된 금액만큼 금융기관의 자본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문제는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여전히 미국 금융기관 전체의 부실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모자란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절정에 이른 2006년 하반기에 미국 전체 주택의 자산가치는 약 24조달러(1.2억호×2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모기지 대출을 받은 것은 13조달러로 전체 주택자산 가치의 54% 정도였다. 대출을 받지 않았거나 모기지대출 상환이 끝난 무대출 주택은 11조달러로 전체의 46%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06년 하반기 이후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2008년 7월 말 현재까지 미국의 주택가격은 거품 정점 대비 평균 20%가량 떨어졌다. 그 결과, 거품이 꺼짐으로써 미국 전체 주택의 총자산가치는 4.8조달러가 날아가 19.2조달러로 줄었다. 이 중 무대출 주택 자산가치 감소액은 2.2조달러이며 모기지대출 주택은 2.6조달러로 추산된다. 이로부터 미국 금융기관의 주택모기지 대출 부실은 최대 2.6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택가격이 거품 절정기에 비해 30% 이상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경우 미국 주택자산 가치는 다시 16.8조달러로 줄어들어 거품 절정기에 비해 7.2조달러의 자산가치가 줄게 된다. 이때 미국 금융기관의 주택모기지 대출의 부실은 최대 3.9조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7000억달러 공적자금 투입은 미국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 금융기관 부실의 상당 부분은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 모기지대출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알트에이(Alt-A) 대출과 프라임론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지금 당장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알트에이도 중하위 소득계층에 대한 편법대출이 많아 부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프라임론 대출에 대해서도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 거품붕괴와 자산가치 변화

미국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프라임론 대출의 부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간단히 설명해보기로 하자.

미국 금융기관들의 주택모기지 대출은 대물(對物) 대출인 반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인(對人)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 금융기관들은 주택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주는 데 비해 한국은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동시에 주택도 담보로 잡는다.

경제 전문가인 리처드 쿠(Richard C. Koo)는 일본 언론 기고문에서 이것이 프라임론 대출 부실의 새로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라임론 대출을 받은 중상위 계층도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스스로 주택을 포기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물 대출 제도 아래서는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주택모기지 원리금 부담보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크게 될 경우 언제든지 주택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이 금융기관에 집 열쇠를 넘기고 털어버릴 수 있다.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서브프라임론이든 프라임론이든 관계없이 대출받은 사람이 스스로 차압을 역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기지 대출을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소득자들도 원리금을 상환하느니 가치가 폭락한 주택을 금융기관에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미국 금융기관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 주택을 대량으로 떠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미국 경제는 파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향후 미국 주택가격이 얼마나 더 하락할 것인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김광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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