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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말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안리의 한 아파트가 저조한 분양 실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모습. 연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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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보급률 110% 육박하자 1인가구수 늘었다며 ‘부족론’ 설파
서민에 필요한 임대·전세 늘어야할 판에 중대형 대량공급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 측면에서 심각한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내내 계속됐던 부동산 거품이 꺼짐에 따라 이제 가계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졌던 부채를 청산해야 할 시기다.
이런 가운데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제2기 새도시와 뉴타운 등에서 최소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집값과 가계의 경제력 수준에서 볼 때 과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거나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서민들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 가구 문제다. 최근 주택건설업계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으로 110%에 육박하자 1인 가구 수 증가를 거론하며 ‘주택부족론’을 설파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줄더라도 1인 가구가 늘어나 (분양) 주택 공급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상에서 큰 문제가 있기는 하나, 어쨌든 2005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31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인 가구 대부분은 주택을 소유할 만한 유효 소득계층으로 보기 어렵다.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만~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금의 고분양가 주택 유효수요 계층이라고 볼 수 있을 월 소득 300만원 이상 1인 가구는 8%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수 증가를 근거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고, 분양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택업계의 논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한편 급속한 고령화로 서울의 경우 2000년 26만여 가구인 65살 이상 고령자 가구 수가 2020년께에는 약 81만여 가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저소득층인 1인 가구의 급증이나 고령 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공공임대·전세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1인 가구 등을 위해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착시와 건설업계의 욕심 때문에 현재도 전체 미분양 물량 가운데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중대형 평형이라고 볼 수 있는 85㎡ 초과 평형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3.8%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2기 새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공공택지와 새도시 사업,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향후 공급될 물량의 상당수가 중대형 평형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판교새도시 등 2기 새도시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될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평형은 전체의 37.3%로 분당, 일산 등 1기 새도시 때보다 약 10.4%포인트가량 비중이 더 높다.
또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60㎡ 이하 중소형 주택 비율은 재개발사업 전 63%에서 사업 후 30%로 줄어들고, 매맷값 5억원 미만 주택 비율도 86%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 전 전셋값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에 이르렀으나 사업 후에는 이런 주택이 단 하나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이 사라져 저소득층은 심각한 주거난을 겪는 한편, 경기 남부 축에서는 넘쳐나는 중대형 물량으로 집주인들이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현 상태에서도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상의 엄청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고가 중대형 일변도의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건설업계와 유착에 빠져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등 국가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지어진 중대형 평형 위주의 분양 물량은 대규모로 미분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선대인 부소장(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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