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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30 14:24 수정 : 2009.03.30 14:24

국토해양부는 지난 25일 시민단체·학계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경인운하 공사를 시작했다. 사진은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이날 오후 인천 계양구 굴포천 경인운하 착공 지점에서 운하 착공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재정부 “경제성 없다” 보고서 나와도 삽질 시작
경쟁보다 30% 높은 공사비 쏟아 건설사만 배불려

경인운하 공사가 착공식도 없이 25일 시작됐다. 경인운하 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 쪽은 얼마 전 경인운하 관련 공청회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자물쇠 공청회’를 연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처럼 뚝딱 3개월 만에 해치웠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것처럼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모르겠다. 마치 부잣집 담을 넘는 ‘밤손님’의 행태처럼 느껴진다.

23일에는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추정 사업비보다 38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획재정부의 검토 결과가 보도됐다. 재정부 분석대로라면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져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거리인 곳에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운하를 판다는 사업에 애초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한심스러운 일이다.

거꾸로 어떻게든 경인운하 사업을 하기로 작정한 ‘불도저 정부’에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이런 토건사업을 통해 현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지, 그리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현재 예정된 경인운하 사업 6개 공구의 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3500억원의 약 30% 정도인 4000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경인운하 사업을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짧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상위 10개 대형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해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끼리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 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 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 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 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경인운하사업뿐만 아니라 새만금 사업, 울산~포항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재벌 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세금으로 재벌 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이면을 들키지 않으려니 사업 추진 과정이 ‘밤손님’ 행태를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끝> 선대인 부소장(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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