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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07 22:05 수정 : 2008.11.07 22:05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백승종의역설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텍스트로 영화 <주홍글씨>가 압권이다. 이 영화는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 지은 자의 고독한 심리를 묘사한 원작과 약간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목소리가 매우 강하다. “악마가 있다면 네 놈들 남성에게 들어 있겠지”라는 여주인공 프린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인디언을 바라보는 정감어린 시선도 원작과 다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20세기 후반, ‘정치적 무오류’가 미국 사회의 새 기준이 되면서 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 금기로 등장했다.

사실 17세기부터 많은 유럽인들이 ‘새 하늘과 새 땅’을 찾아 신대륙으로 떠났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그들은 새 땅에 유럽의 질서를 강요했다. 가부장적, 인종차별적 질서가 곧 백인 청교도의 법이었다. 그들은 땅을 뺏기 위해 인디언을 살육했다. 구대륙의 가치관인 가부장적 질서를 강화하려고 프린과 같은 “화냥녀”를 상대로 마녀사냥도 벌였다. 청교도들이 건설한 새 가나안은 또 하나의 로마요 런던이었다. 오늘의 미국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토대 위에 서 있다. 위선과 협잡과 폭력이 하나님을 향한 경건한 신앙과 헌신으로 둔갑하기 쉬운 사회가 바로 미국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주인공이 외쳐댄다. “하나님을 대신해 인간이 인간의 죄를 처벌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가 제기한 사랑과 자유와 위선과 협잡의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 어떤 나라도 미국처럼 자신을 치켜세우면서 남을 깔아뭉개거나 위선을 떨지는 않는다. 21세기 미국은 불패의 세계제국이지만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채 그들 스스로와 이방인들을 세뇌하고 기만하기 바쁘다.

흑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당연히 온세상이 야단법석이다. 인종의 ‘주홍글씨’가 한 꺼풀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문화에 깊이 새겨진 주홍글씨는 아직 선연하다. 오바마의 건투를 빈다.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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