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0 18:41
수정 : 2009.04.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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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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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의역설
11세기 중국 북송에서 <무경총요>가 편찬되었다. 당시로는 최고의 군사백과사전이었다. 이 책에는 로켓의 원조라 할 화전이 나온다. 대나무 통에 흑색화약을 채워 넣은 다음, 화살에 묶어 쏘는 것이 화전이다. 훗날 몽골이 중국을 쳐들어오자 방어용 무기로 쓰이기도 했고, 조선 세종 때는 신기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발달된 무기가 되어 여진족 소탕에 한몫했다. 화전의 약점은 비행거리와 방향을 조정할 수 없다는 데 있었지만, 발사 때의 굉음과 공중을 가로지르는 현란한 화광 덕에 인기가 높았다.
화전은 인도와 아라비아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알려졌다. 공중에 치솟은 불꽃, 즉 로케타(rocchetta)라는 신조어도 등장할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로케타는 다시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갔고, 20세기에는 신기술과 결합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1926년, 미국의 고더드는 액체추진제를 연료로 사용한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또 한 차례 로켓의 역사를 뒤바꾼 것은 독일인들이었다. 폰 브라운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V-1과 V-2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V-1은 일종의 순항미사일로서 1943년부터 실전에 배치되어, 런던 시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런가 하면 V-2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해당한다. 액체 엔진을 착용한데다, 비행물체의 운항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전쟁 뒤 미국과 소련은 독일의 기술적 성과를 흡수해 우주 개발 및 군비 경쟁에 들어갔다. 결국 사람이 달나라에 가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인류는 신무기의 위협 아래 신음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놓고 세상이 요란하다. 미국은 저희들 강대국은 물론,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도 눈을 감아주더니만, 이번만은 으름장이 대단했다. 덩달아 맞장구치는 정부의 꼴은 더욱 사납다. 남북문제는 대화로 푸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다 된 밥에 재 뿌릴 때부터 내 이럴 줄 알았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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