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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17 22:05 수정 : 2009.04.17 22:05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백승종의역설

고대 이집트에서도 뇌물은 사회문제였다. 재판에 이기려고 사람들은 판사에게 뇌물을 썼다. <구약성경>에도 뇌물 받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면 벌 받는다고 했다. 중국의 고전 <맹자>에도 군자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뇌물의 역사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뿌리가 매우 깊다.

뇌물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선물이 ‘뇌물’로 둔갑하는지, 금을 긋기가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다. 서양 고대에는 아예 ‘뇌물’이란 단어조차 없었다. 중세가 되어서야 뇌물이란 낱말이 등장했다. 그것도 정치적 대가를 노린 뇌물보다는, 궁지에 빠진 사람을 살리려고 쓰는 금품쯤으로 인식되었다. 지옥 가기 싫어 생전에 미리 회개하듯, 세상만사에 불이익을 피하려면 권력자에게 적당히 금품을 바치는 편이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문서를 읽어 보면, 선물과 뇌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그때 사람들은 “인정전”, 곧 도리상 주는 돈이라든가, “예전”이라 하여 예의를 구실로 관가에 돈을 바쳤다. 요샛말로는 떡값쯤 될 법한데, 지급액수는 사안마다 달랐다. 많게는 수십 마지기 논값도 날아가는 판이었다.

얼마 전, 삼성이 거액의 비자금을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직접 나서 양심선언을 했고, 관련자들 이름을 줄줄이 언급했다. 마지막에는 특검까지 구성됐지만, 뒤끝은 흐리멍덩했다. 여비서가 작성했다는 다이어리 하나로도 수사가 급물살을 탄 이번의 박연차 사건과는 천양지차가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도 정치후원금 제도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잘 걷혀야 일 년에 수억원이다. 그 돈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기업 돈이 정치판에 들어간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짐작하는 사실이다. 그러니 누가 걸려들었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이 기회에 정치자금법도 뜯어고치고, 혹시 보복성 사찰 같은 게 아직 있다면 그것이나 없애자.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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