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15 21:59
수정 : 2009.05.1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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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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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의역설
서비스란 낱말에는 유대교 및 기독교의 종교적 분위기가 물씬하다. 그들이 섬기는 유일신을 위해 바치는 기도와 음악과 건축 등 일체의 신앙행위가 바로 서비스, 즉 봉사의 본질이었다. 라틴어에서는 ‘노예’ 또는 ‘농노’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컨대, 서비스의 본질은 주인을 위해 헌신하는 데 있는 것이다.
공공분야에서 최초로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한다. 그다음은 한국이었다. 중국의 당나라,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때부터 이른바 과거시험을 통해 공공을 위해 일할 사람들을 뽑았다. 유교 이념에 따르면 그들은 일체의 개인적 욕망을 버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진력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공을 위해 헌신하기는커녕,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골몰한 관리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동아시아 관료제의 모순이었다.
하지만 18세기 서양 지식인들은 중국식 관료제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래도 그 제도를 덥석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던지 인도의 동인도회사에서 우선 효율성을 시험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자, 영국과 미국 정부가 이를 행정사무에 도입했다. 이렇게 시작된 서양의 공공서비스는 날로 확장되어 수도, 전기, 의료, 철도 사업 등으로 자꾸 가지를 쳤다. 드디어 20세기에는 서비스업이라는 산업분야까지 등장했다. 교육, 은행, 보험, 호텔, 에너지, 문화콘텐츠 등 직접 물건을 생산하지 않는 허다한 업종이 서비스산업에 속하게 되어, 현대 산업계의 공룡이 되었다. 런던 같은 곳에서는 총고용 인구의 9할이 서비스산업에 매달려 있다.
한국의 재벌들과 정부는 서비스산업 개방을 마구 외친다. 그것이 고용 창출의 마술피리라도 되는 양, 법률서비스는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외국계 학교와 의료법인까지도 허용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판적 발상에 불과하다. 서비스로 떼돈 벌려 하는 건 도둑 심보에 가깝다. 남 위해, 곧 공익에 봉사하는 게 핵심이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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