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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12 19:58 수정 : 2009.06.12 19:58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세계 유명 도시에는 어디나 이름난 광장이 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광장, 런던의 트래펄가광장, 파리의 콩코르드광장,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베이징의 천안문광장 등이 있다. 우리 서울에도 이른바 서울광장이 있다. 이들 광장은 도시 생활의 중심지로서 갖가지 활동이 전개되는 무대다.

광장은 인구가 최고로 밀집한 장소에 공을 들여 만든 공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광장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휴식하는 곳이자 사교와 오락의 장소였다. 또한 그곳은 교통이 대단히 편리하므로 장터 구실도 했고, 대규모 종교행사도 열리는 장소였다. 권력자들이 이런 광장의 쓸모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특히 악명 높은 독재자일수록 광장을 정치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가령 히틀러나 스탈린 또는 마오쩌둥 같은 이는 초대형 광장을 건설해 놓고, 열병과 사열을 비롯한 대중시위를 연출했다. 광장은 권력자의 위세를 과시하고 대중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정치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광장의 진짜 주인은 시민이다. 22년 전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이 그러했다. 그때 서울 도심의 회사원들은 점심도 거른 채 광장에 모여 군사독재에 항의했다. 민주화를 외친 그들 “넥타이부대”의 함성이 강물처럼 불어나자 독재 권력은 맥없이 무너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광장의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광장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심을 가득 메운 태극기 물결에 힘입어 사상 초유의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뤄졌다. 옛말대로 민심은 곧 천심이며, 도심 광장은 민심이 천심으로 바뀌는 신성지역이다.

현 정권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듯, 걸핏하면 광장을 폐쇄조치한다. 이것은 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이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땅의 못된 권력자들이여,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라. 주인 가슴에 제발 피멍 들게 하지 말라.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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