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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10 20:28 수정 : 2009.07.10 20:28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악의 나라가 한국이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취업인구의 33%가 비정규직이란다. 실제 비율은 60%에 가깝다. 유럽 각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노동자들은 지옥에 사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 부처 장관은 물론 현직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들은 현행법마저 바꿔 전례 없이 열악한 고용환경을 노동자들에게 선사할 모양이다. 계약직, 일용직, 임시직, 파견 및 파트타이머로 불리는 비정규직은 지금도 영락없는 파리 목숨 신세다. 계약기간만 끝나면 해고요, 재직중에도 급여나 복리 혜택이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노동자들에게는 천형(天刑)이나 다름없는 이런 비정규직법을 현 정권은 개악하려고만 든다.

한국의 대기업이 비정규직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몇 해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을 염려하는 발언을 했다. “비정규직이야말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보내온 점잖은 충고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이야말로 사실은 비정규직을 양산한 장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들은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노동시장의 강제개편을 요구했다. 알고 보면 비정규직 사태의 주범은 미국발 신자유주의인 것이다. 그들에게 부화뇌동한 국내의 쓰레기 정치인들은 공범이다.

요즘은 청년시절에 읽은 <맹자>의 두어 대목이 자꾸 생각난다. “생계가 불안하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無恒産 無恒心)는 구절은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우리 현실과 일치한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뿐이지만, 그들 백성은 밥을 하늘처럼 여긴다”(民惟邦本 食爲民天)는 지적도 구구절절 옳기만 하다. 우선 시민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야 나라가 있는 법이다. 이것도 모르는 정권이라면 퇴출시켜 마땅하다. 이 역시 맹자의 말씀이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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