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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5 19:32 수정 : 2010.03.05 19:32

백승종 역사학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난다. 영화는 미래사회의 진기한 풍속을 보여준다. 영화 속 예지능력자가 특정 인사를 지목해 그가 장차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며 기소 처분한다. 시민들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그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들의 의사결정 수단이 국민투표다.

국민투표는 대의민주제의 보조수단이다.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 국민투표는 1874년 스위스에서 시작되었다. 시민혁명기 이 나라 시민들은 헌법 개정을 위해 이 제도를 부활시켰다. 이에 고무된 유럽 각국과 미국의 정치가들은 앞다퉈 국민투표를 도입했다. 이것이 국민표결(레퍼렌덤)로서 헌법의 규정에 따라 특정 사안을 확정짓는 것이다.

19세기 국민투표에 나타난 구미 각국 시민들의 투표성향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그러자 이를 악용하려는 정치세력이 등장했다. 프랑스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도 그랬지만, 그의 조카 나폴레옹 3세 역시 국민투표로 신임을 묻고서는 헌법을 뜯어고쳐 황제 노릇을 하였다. 이 경우 국민투표란 권력자가 임의로 국민결정(플레비사이트)을 요구한 셈이다. 20세기에 들어와 그 악습은 널리 퍼져,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국민투표를 거쳐 총통에 취임했다. 한국의 박정희도 무려 4차례에 걸쳐 국민투표를 강행했고,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유사한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본래 국민투표에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 하지만 과거사가 증명하듯, 그것은 독재를 정당화하는 대중독재의 수단이 되기 쉽다. 그래서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국민투표로 인해 의회정치가 혼란에 빠지지 않게 국민투표를 최대한 절제한다. 최근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니까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스필버그의 영화 속 예지자도 잘 모르는 것이 미래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 안위를 좌우한다고 선동하지 말라. 그렇잖아도 무능한 국회를 흔들어대지 말라.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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