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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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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공무원노조가 활발하다. 핀란드 국가공무원노동조합연맹(Pardia)에는 전체 공무원의 절반이 가입해 있다. 독일공무원노동조합(dbb)은 규모도 크지만 창립 시기도 빨라 19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에는 경찰, 경찰행정공무원, 소방공무원까지도 독일 경찰노동조합(GdP)을 만들어, 사실상 모든 분야의 공무원들이 노조활동을 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의 공무원노조는 권리행사에 있어 일반노조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들은 공무원이기에 앞서 한 국가공동체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무원노조 활동이 부진한 편이다. 그런데도 이미 1930년대부터는 각종 공무원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단체교섭권도 행사하고 정치활동도 벌인다. 가령 미국 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은 자신들의 이익에 합치되는 법률 제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전국공무원노동자연합(NAGE)은 현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퇴직 공무원까지도 가입이 허용된다. 경찰관과 일부 전문직 공무원도 이 단체에 가입한다. 그들보다 정치활동이 더 활발한 것은 미국연방공무원연합(AFGE)이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위해 할 수 없는 일을 모두를 위해 하라”는 계몽적인 구호 아래 연방공무원들은 그들 자신의 근무조건 개선과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여성 권익과 시민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9·11사태 후 한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가 안전을 구실로 시민의 자유권을 제한하려 들자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했다. 2004년 대선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직무상 개인의 정치적 중립과 노조의 집단적 정치활동은 별개인 것이다. 미국 공무원노조는 가입률도 낮고 영향력도 작은 편이지만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최근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 출범식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들을 징계 또는 해임하겠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노조 설립은 사대적 발상이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인권 행사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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