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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16 18:25 수정 : 2010.04.16 18:25

백승종 역사학자





이 병은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거품 섞인 침을 흘리며 고열에 시달리고 구내염과 수포로 고생하다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치사율이 최고 5할을 넘어, 최악의 가축 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주로 소, 돼지가 걸린다. 양이나 염소, 사슴, 코끼리 및 고슴도치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들은 모두 이 병에 걸릴 수가 있다. 매우 극소수지만 사람이 감염된 적도 없지 않다.

1897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프리드리히 뢰플러는 구제역이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디프테리아의 전염 경로를 발견하기도 한 그는, 병균의 종류를 정확히 식별하기 위해 혈청분석법을 창안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구제역이 전세계로 퍼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및 남아메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구제역이 빈발한다. 2001년 영국에서 구제역 파동이 시작되었을 때는 사태가 정말 심각했다. 삽시간에 동남아시아와 남미 각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되는 바람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놀란 영국 정부는 총선을 한 달이나 연기했고, 각종 운동경기 일정도 당연히 취소되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구제역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1934년에 구제역 발생이 보고되었고, 2000년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시작된 구제역 파동이 충청도까지 남하했다. 2002년에도 구제역의 습격을 받았고, 금년에도 축산 농가가 시름에 빠져 있다. 봄철 황사도 문제지만 사육 환경을 개선하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청정지역 뉴질랜드에서는 여태껏 구제역이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북유럽 나라들도 구제역으로부터 사실상 안전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멕시코 및 칠레에서도 구제역이 문제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다. 늘 신토불이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 가축들은 비좁고 비위생적인 축사에 갇힌 채, 인공사료와 항생제로 연명한다. 생태철학자 아르네 네스가 주장했듯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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