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종 역사학자
|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문제의 용어가 이것이다. 본래는 라틴어(spond re)에서 유래한 말답게 유서를 자랑할 만하다. 이탈리아 중세의 여러 귀족가문이 서로 앞다퉈 예술을 후원했고,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는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유명한 것이 메디치 가문이다. 그중에서도 그 자신이 인문주의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는 다수의 학자와 예술가들을 후원해 피렌체를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보티첼리 등을 후원했다. 후원자의 취향과 능력은 때로 한 시대의 문화수준을 좌우한다. 명나라 후기의 황제들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궁중화원의 화풍이 보잘것없게 되었다. 그러나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유능한 궁내부 장관이 후원하는 유명극단의 전속작가로 발탁되어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역시 루돌프 대공을 비롯한 여러 귀족과 유럽의 유명출판사들로부터 아낌없는 후원을 받아,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면서 여러 명곡을 쏟아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도 오랫동안 발레를 후원해 프랑스 사람들의 춤 솜씨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자 후원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상업방송이 시작되자 그들은 숫제 프로그램을 사들였다. 이후 후원의 형태는 나날이 다양해졌고, 후원자들의 상업주의는 더욱 노골화되었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표방하던 올림픽마저도 상업주의 앞에 무너졌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26회 하계올림픽은 주최 쪽에 엄청난 흑자를 안겨주었고, 비판자들은 이를 ‘스폰서 올림픽’이라 혹평했다. 이제 돈이 되는 것만 주목하는 세상이 되었다. 김연아 한 사람이 한국 빙상계 전체보다 더 대접받는 것이 당연하다. 시민에게는 추상같은 검찰이라도 떡값과 주지육림의 향응 앞에서는 저항할 수가 없는 멋진 자본주의를 산다. 백승종 역사학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