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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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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魏)나라 때 유소(劉邵)의 <인물지>에 이런 정의가 있다. “총명이 뛰어난 것을 영(英)이라 하고, 담력이 큰 것을 웅(雄)이라 한다. 장량은 총명하되 담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항우는 담력만 있었지 총명은 없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신화 속의 반신(半神 Demigod)을 영웅으로 여겼다. 이 말은 수호자란 뜻을 가지고 있어, 라틴말에 “전체를 보전하다”(servo)는 풀이와 흡사하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영웅주의와 영웅숭배가 일상을 지배했다. 당시 사람들은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스 등 반신반인을 종교적 숭배 대상으로 삼았다. 영웅숭배는 그리스 종교의 유별난 점이었다. 그 뒤 영웅은 인간세계로 내려왔다. 특히 격동의 시기나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면 새 영웅들이 등장했다. 영웅으로 추앙된 이가 진정한 의미의 영웅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영웅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권력 또는 여론이었다. 그리하여 프랑스의 잔 다르크 소녀, 현대한국의 이승복 소년도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현대의 영웅은 다르다. 영화에서 영웅은 특별한 처지에 놓인 보통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난파시킨 불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긴다. 과거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에서는 이른바 노동영웅이 선발되어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의 <타임>도 영웅을 선발한다. 이 잡지는 해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하는데, 그 가운데 무려 25인이 영웅이다. 그밖에도 미국에서는 전사자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순직한 소방경찰관도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9·11사건 때 사고현장에서 숨진 소방관들도 영웅 소리를 들었다. 최근 어느 대중매체가 천안함 희생자들을 “천안함의 영웅들”이라고 했다. 국무총리는 그들에게 무공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 조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서둘 이유가 있는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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