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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28 20:59 수정 : 2010.05.28 20:59

백승종 역사학자





런던의 팰리스 극장에서는 <레 미제라블>이 20년 넘게 공연중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뮤지컬 <캐츠> 역시 세계 도처에서 절찬상연중이다. 장기흥행이라면 이른바 북풍도 절대 그만 못하지 않다.

북풍은 시시때때 참 잘도 분다.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몇 가지 북풍사건이 떠오른다. 대선을 눈앞에 둔 1987년 초겨울, 대한항공 여객기가 폭파되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김현희가 즉각 압송되었고, 적색공포가 표심에 영향을 주어 여당 후보가 승리했다. 1992년 대선 때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발표되었다. 야당 후보 비서의 연루설이 퍼지더니 이른바 색깔논쟁이 확산되었다. 결국 여당 후보가 이겼다. 1996년 총선 때도 어김없이 북풍이 불었다. 선거 직전 중무장한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으로 투입되었고, 이 선거 역시 여당의 것이었다. 이렇듯 북풍의 결과는 늘 똑같았다. 더러는 남북한 정권이 직접 북풍을 공모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1997년 12월, 대선이 임박하자 여당 국회의원이 중국으로 날아가 비밀리에 북쪽 고위인사와 접촉했다. 그는 북쪽에 거액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모종의 특별주문을 했다 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비밀회동을 주선한 재미동포가 수백만달러를 사례비로 받았다 하므로, 북풍의 제작 단가는 결코 소액일 수가 없겠다. 당시 우리 정부 고위인사는 북쪽에 부탁해, 휴전선 일대에서 총격사건을 기도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것이 두고두고 말썽이 된 이른바 총풍사건이다.

사람들은 남북한 당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해 북풍을 생산한다고 확신한다. 보수정객조차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려고 북풍을 불게 했다고 비난했을 정도다. 최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북풍이 거세다. 군함이 침몰한 지 한 달도 넘게 우물쭈물 그 경위와 지휘책임을 얼버무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선거에 이용할 셈인가. 이런 식 장기흥행은 끝장낼 때다. 건강한 시민사회라면 북풍 따위에 걸려 넘어질 수 없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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