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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5 18:21 수정 : 2010.06.25 18:21

백승종 역사학자

남쪽에서는 “6·25 동란” 또는 “사변”이라 불러왔다. 북쪽이 자행한 반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북쪽은 자기네 입장을 변호해 “남조선인민해방전쟁” 또는 “조국해방전쟁”이라 한다. 해외에서는 내전으로 보아 “한국전쟁”이라 일컫는다. 이 명칭이 80년대부터 남쪽에서도 호응을 얻는 바람에 요새는 “6·25 한국전쟁”이라고도 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공식 행사에서 “6·25 전쟁”이라 했다. 사건은 하나지만 정치적 입장은 제각각이라 귀일점이 안 보인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았듯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깨지기 쉬운 유리잔이다. 남북 당국자들은 평화보다 대립에서 더 큰 재미를 보기라도 했던가. 6·25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조차 남북관계의 불안한 현주소를 투영한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절,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같은 영화는 관객들의 반공애국심과 전의를 키웠다. 미국 영화 <원한의 도곡리 철교>(1954)도 비슷했다. 마크 롭슨 감독은 6·25를 “더러운 전쟁”으로 간주하면서도 아시아와 미국을 공산침략에서 지키기 위해 미국 시민에게 피 흘리기를 요구했다. 냉전 이데올로기에 젖은 미국식 애국주의는 기독교와 야합한 적도 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신의 계시로 인천상륙작전을 했다고 주장한 <오, 인천!>(1981)은 너무 나갔다. 이 영화는 남쪽의 어느 신종교단체가 뒷돈을 댔다는 소문만 무성했지 흥행에는 실패했다.

남북 사이에 평화가 오면 영화도 따뜻해진다. <웰컴투 동막골>(2005)이 본보기다. 보수언론과 극우단체는 이 영화를 반미주의의 전형이라 헐뜯었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위기감만 드러낸 엉뚱한 짓이었다. 다시 6·25가 대중매체를 점령하고 있다. 해묵은 반공드라마 <전우>가 리메이크되고, <로드 넘버원>도 방영된다. <포화 속으로>는 또 어떤가. 누가 뭐라 변명하든 화약 냄새가 물씬 난다. 동족상잔이 무슨 오락인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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