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02 20:33
수정 : 2010.07.0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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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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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년 신라와 당나라가 함께 백제를 치기로 약속했다. 뜻밖에도 신라군은 황산벌에서 계백 장군에게 막혀 약속 날짜를 놓쳤다. 당나라의 소정방이 신라 장수의 목을 치겠다고 협박했다. 당나라 군대가 신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이라 약칭)을 넘본 것이다. 신라의 김유신 장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만약에 당나라가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선 너희들 당나라 군대부터 박살내겠다고 했다. 기가 꺾인 소정방은 신라 군대와 공조하는 데 만족했다.
백제가 망하자 당나라는 백제 땅을 나눠주겠다며 김유신 등을 유혹했다. 일단 신라를 분열시켜놓은 다음, 몽땅 차지할 속셈이었다. 신라 장수들은 그 속을 환히 들여다보았다. 전쟁은 계속되었고, 668년, 고구려마저 항복했다. 그러자 당나라는 가면을 벗고 침략자의 본색을 드러냈다. 신라는 굽히지 않았다. 그들은 고구려 및 백제 유민들과 함께 힘껏 싸워 당나라 군대를 축출했다.
누구나 아는 신라통일의 역사다. 단순히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아직도 신라를 비난한다. 부당한 일이다. 김유신은 세계제국 당나라 군대와 합동작전을 펼 때도 전작권을 지켰다. 신라는 적국 백제와 고구려를 무찌르기 위해 잠시 당나라 군대를 빌렸을 뿐이다. 그때 통일을 했기에 한민족이 만들어졌다. 신라가 외세에 빌붙어 동족살상의 참극을 감행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만큼 잘 먹고사는데도 전작권을 가져다 바치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평화헌법 체제하의 일본도 군사주권을 유지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전작권을 양도한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것은 소련 공산당 지배하의 바르샤바조약기구뿐이었다. 소련이 가맹 국가의 전작권을 홀로 독점한 역사가 있다. 그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그런데 왜, 서울의 시계만 거꾸로 돌아가는가. 안보주권 내주고 미국산 쇠고기에 자동차만 떠안게 될까 봐 시민들은 걱정한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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