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6 20:43
수정 : 2010.08.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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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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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역사의 경계선상에 자서전이 있다. 자화자찬과 지나치게 주관적인 서술은 금물이다. 믿음직한 자서전의 주관성은 그것이 기록된 시대의 독특한 가치관을 반영하는 데 그친다. 우리는 때로 이런 자서전을 읽으며 주인공의 삶은 물론, 그가 활동했던 시대 풍경까지 속속들이 알아가는 기쁨을 맛본다.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라는 자서전을 남겼다. 이국땅에서 풍찬노숙의 괴로움을 겪으며 선생은 임시정부를 지켰다. 그 세월 동안 선생의 가슴에 간직된 갖은 소회와 독립운동의 기억을 적은 것이 그 자서전이다. 이것은 독립운동사를 체험하고, 선생의 비범한 인격과 만날 수 있는 대화의 공간이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는 자서전의 집필 자격을 따졌다. “상당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면 누구든 출신에 관계없이 자기 업적을 기록한 자서전을 남겨도 괜찮다. 다만 그 나이는 적어도 마흔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자격을 충분히 갖춘데다, 세상에서 아마 가장 널리 읽힌 것이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이다. 프랭클린은 초년고생을 이겨내고 다방면에 걸쳐 큰 족적을 남겼다. 그가 좌우명으로 삼은 13가지 덕목, 즉 근면과 절제 등은 아직도 많은 미국사람들에게 삶의 귀감으로 통한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라는 일정관리용 수첩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이 간행되자 일각에서는 그 가치를 애써 부정했다. 하지만 고인이 한반도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바친 노력은 쉽게 망각될 수 없다. 기왕 자서전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만 더 하자. 자서전은 이제 위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서전 쓰기를 권한다. 꾸밈없이 쓰인 시민의 자서전은 역사를 시민에게 되돌려줄 것이다. <비비시>(BBC) 방송이 일반시민들에게 가족사 쓰기를 권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프랭크 매코트의 <안젤라의 재>도 한번 읽어볼 만하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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