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0.08 19:23 수정 : 2010.10.08 19:23

백승종 역사학자

처음에 ‘침채’(沈菜)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여러 채소 가운데서도 무를 가장 좋아했고, 그다음이 오이, 부추, 죽순 등이었다. 이런 채소를 소금에 절여 먹었는데, 그것이 침채였다. 그 맛과 모양이 차츰 변해 결국 김치가 되었다.

김치라면 배추김치가 으뜸이지만 배추는 본디 중국 채소다. 허균의 문집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6~17세기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이 배추가 물 건너온 고추를 만나 배추김치가 탄생했고, 그것이 빠른 속도로 온 나라의 밥상을 점령했다. 18세기에 편찬된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에는 배추김치 담그는 방법이 소개될 정도로 인기였다. 동치미와 총각김치도 그때 유행했다. 정조의 둘째딸 숙선옹주가 처음 만들어 부왕의 수라상에 바쳤다는 깍두기도 합세했다. 그래도 김치라면 단연 배추김치였다.

올가을에는 그 배추김치가 ‘금치’다. 학교 식당은 물론이고, 웬만한 음식점에서도 자취가 묘연하다. 오죽 김치가 먹고 싶었으면, 남의 밭에서 배추 몇 포기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간 시민까지 나오겠는가. 어이없는 김치 대란이로다.

그런데 이런 난리는 되풀이된다. 2002년 9월에도 집중호우와 태풍 때문에 배추 값이 폭등했다. 2003년과 2004년, 그리고 2005년 가을에도 배추 대란이 있었다. 2005년에는 설상가상으로 급히 수입된 중국산 배추에서 기생충 알까지 나와 문제가 꼬였다. 2007년 가을에도 배추타령이 대단했다. 파종기에 날씨가 나쁘면 배추 대란이 온다. 금년에는 4대강 개발의 부작용까지 가세했다. 강 둔치에서 채소 재배가 불가능해져서 그렇다. 당국자로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대통령은 그런 줄도 몰랐던가. 배추 대신 양배추 김치를 식탁에 올리라 했단다. 양배추 값도 비싼 줄은 몰랐나 보다. 지금 비싼 것은 채소 값만이 아니다. 물가가 불안하다. 서민 경제 살리겠다고 말만 앞세우지 마라. 백승종 역사학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백승종의 역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