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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5 18:14 수정 : 2010.10.15 18:14

백승종 역사학자

‘슈투트가르트 21’로 전 독일이 몇주째 떠들썩하다. 독일 경제의 심장 격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그 주도 슈투트가르트에서 역사의 지하 이전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주의회가 토론을 거듭해 여야 합의로 결정한 사안이다.

사업의 지지자들은 “이 공사를 못하면 우리는 시골뜨기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슈투트가르트는 프랑스 파리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동서로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신기술로 재건축된 새 역사가 들어서면 교통도 원활해지고, 독일의 국가적 위상에도 걸맞게 된다. 더구나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사비도 상당부분이 중앙에서 지원될 전망이므로, 주정부와 지역주민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정부는 이 공사로 일자리 1만7000개가 창출된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반대시위가 연일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 진압경찰과 충돌해 100명도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환경파괴, 천문학적 공사비, 사업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사업 때문에 다른 공공사업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등장한다. 주 당국은 여러 해 전부터 이 사업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주장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정부는 사업계획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당장 ‘슈투트가르트 21’을 찬반투표에 부치자고 외친다. 야당도 시민들 편을 든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앙정부는 원로 정치가를 현지로 보내 중재를 맡겼다. 베를린에서 온 중재자는 우선 “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그 말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고 있지만, 중재자는 찬반 양쪽을 오가며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결국은 포기되고 말 거라는 전망이 재계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야 합의로 결정된 사안도 시민이 반대하면 신중히 재검토하는 사회라니, 우리로선 그림의 떡 아닌가.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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