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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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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방의 연고자가 자기 고장을 버린다면 그곳을 위해 일할 사람은 누구겠으며, 또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땅도 물도 정든 제 고향보다 일하기 좋은 곳이 과연 있기나 하겠습니까?” 따지고 보면, 대개가 출향인 또는 실향민에 해당하는 현대 한국인의 처지에도 어느 정도 부합되는 말씀이 아닌가.
선생의 목소리가 격앙된다. “형제여, 당신들이 나고 자란 곳은 나날이 쓸쓸해집니다. 당신들이 지금 있는 곳은 서울입니까? 거기만 모여서 웅성거리지 마오. 그렇지 않으면 어딘가 대도시에 있습니까? 공연히 왔다 갔다 하지들 마오. 제 각기 자신의 향토를 지키기로 합시다. 죽기까지 지켜봅시다!” 수도권에 인구가 편중되어 서울공화국을 방불케 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고, 선생은 무덤 속에서도 편하지 못하실 것이다.
약 80년 전, 전국 각지의 동포를 향해 선생은 이렇게 부탁하셨다. “지방으로 돌아가라! 그리하여 제각기 새 한국의 정초식(定礎式)을 행하라!” 과연 선생은 1950년 한국전쟁의 와중에서도 당신의 이 말씀을 죽음으로 지켜내셨다. 민족과 신앙과 신념을 위해 평양을 붙들고 가셨다. 지난 월요일은 선생이 가신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금 우리는 안타깝게도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뜻을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두고 온 고향이, 그리고 북한이 망하게 내버려 둔다면, 서울도 이 나라도 모두 위태롭다.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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