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26 21:10
수정 : 2010.11.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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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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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행 중에 있던 진시황은 태자 부소에게 전위한다는 조서를 아첨꾼 조고의 손에 쥐여주고 죽었다. 조고는 황제의 죽음을 숨긴 채 여행을 계속했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자 소금에 절인 정어리를 수레 가득 담아 행렬을 뒤쫓게 했다. 아첨꾼이란 간악한 법, 조고는 승상 이사와 공모해 부소를 죽였다. 부소로 말하면 분서갱유 때 선비들을 살리고자 애쓴 인물이라, 조고 일당에겐 큰 걸림돌이었다.
조고와 이사는 얼간이 호해 왕자를 황제로 만들어 놓고, 서로 권세를 다퉜다. 그러나 이사는 조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고만장한 조고는 호해 앞에 사슴을 끌고 와 말이라 우겼다. 호해는 사슴이라 말했지만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조고 편을 들었다.(指鹿爲馬) 그때 충직한 정선은 사슴이라 대답한 죄로 곧 목숨을 잃었다. 조고는 호해를 충동질해 신하들을 활로 쏴 죽이는가 하면, 목과 코를 베고 삼족을 멸하게 했다. 이런 폭정만으로도 부족해 역사상 최초로 간관을 두었지만, 그것은 언로를 넓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충간하는 신하의 씨를 말리기 위한 제도였다. 조고는 호해까지 죽여 진나라를 망하게 했지만, 자신의 삼족도 몰살되었다.
광해군 때 권신 이이첨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가 “조고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꾸를 못하자 한 선비가 대꾸하기를, “조고와 이이첨은 같다”고 했다. 성난 이이첨이 그를 잡아 죽이려 했으나, 도리어 저만 죽었다.(염헌집) 근세에도 위험천만한 아첨꾼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승만은 아첨꾼들에 둘러싸여 정신 못 차리다 망했다. 독재자 박정희 때 윤치영은 “반만년 역사상 최고의 성군”이라는 아첨으로 세상의 비웃음을 샀다. 시인 서정주는 독재자 전두환이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이뤘다고 망발했다. 최근 김문수 경기 지사가 엠비(MB)야말로 “반만년 역사에서 최고”라고 나팔을 불었다. 대권 도전의 박두를 알리는 신호탄인지 몰라도 속이 얄팍하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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