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1.21 20:31
수정 : 2011.01.21 20:31
|
백승종 역사학자
|
낭만적인 병으로 과장될 때가 많다. 영화 <러브스토리>와 <라스트 콘서트>에서도 그랬다. 백혈병에 걸린 여주인공들의 급작스런 죽음은 처연한 사랑을 미학적으로 완결시켰다. 특히 에릭 시걸의 소설을 영화화한 <러브스토리>는 개봉되기 무섭게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이 대사와 함께 프랑시스 레이의 주제곡은 지금은 장년층이 되어버린 그 시절 젊은이들의 가슴에 깊은 추억을 남겼다.
급성 백혈병에 걸리면 수개월 만에 목숨을 잃을 수가 있다. 하지만 항암제의 투약 또는 조혈모세포의 이식을 통해 완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1947년 화학치료법이 나오기까지 이 병은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간주되었다. 백혈병이란 이름은 1845년 독일 의학자 루돌프 피르호가 지었다. 환자의 혈액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백혈구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다재다능했던 피르호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터에서 발굴된 유물을 연구했다. 또한 거물 정치가 비스마르크를 거세게 비판하며 현실정치에도 깊이 관여했다. 동시대 영국의 의학자 존 H. 베닛도 백혈병이 혈액질환임을 밝혔다. 독일 병리학자 프란츠 E. C. 노이만은 이 병이 골수와 유관함을 알아냈다.
백혈병은 벤젠이나 이온화 방사선에 의해 집단 발병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07년 독일 정부의 의뢰를 받은 어떤 연구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5㎞ 이내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의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원자로가 폭발한 체르노빌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백혈병으로 곤욕을 치렀다. 최근 삼성 엘시디(LCD) 공장에서도 백혈병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병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도 벌써 여럿이다. 그러나 회사 쪽은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면서도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온 삼성 아닌가. 노동자의 목숨이 걸린 이런 중대사를 우물쭈물 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역사학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