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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8 20:25 수정 : 2011.03.18 20:25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지진은 왜 일어나는가? 고대인들은 두려움 속에서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지진 발생의 원인을 물에서 찾았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은 지진이 “지하의 천둥소리” 또는 동굴이 숨 쉬는 행위라 했다.

노르웨이 신화에서도 지진은 동굴과 관계가 있다. 어느 날 싸움과 불행의 신 로키는 아름다움과 광명의 신 발드르를 살해했다. 그 죄로 인해 로키는 손발이 묶인 채 동굴에 갇혔고, 그의 머리 위로 뱀독이 줄줄 흘러내렸다. 로키의 아내는 남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큰 사발을 가지고 독약을 받았다. 사발 가득 독약이 고이면 그릇을 비워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따금 자리를 떴다. 그때마다 로키는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독약을 마시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고, 그래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한데다 불가항력이라서, 고대 인류는 그 책임을 신에게 전가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도 지진에는 인간의 사악한 죄를 징벌하려는 신의 의지가 작용한다는 믿음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물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근대적 사고의 정착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한국의 어느 저명한 목사는 일본 센다이 근처에 일어난 사상 최악의 지진을 두고 신의 경고라고 말했다. 실소를 자아내는 이런 종교적 편향은 야만적이다.

이번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연달아 폭발하자,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다들 1986년 소련에서 일어났던 체르노빌 폭발사건이 재연되는 것이나 아닌지 염려한다. 2006년 스웨덴에서도 원자로가 폭발할 뻔했다. 지난 10년 동안 체코에서는 100번쯤이나 원자로에 문제가 생겼다. 기술 수준이 월등한 독일에서도 2001년과 2009년에 아슬아슬한 고비가 있었다. 그런데도 배짱 좋은 한국 정부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공허한 주장만 되풀이한다. 원자로도 문제지만 우리의 현대문명 자체가 흉기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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