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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9 19:57 수정 : 2011.05.28 11:01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25년 전 소련의 한 작은 도시에서 원자로가 폭발했다. 이 소식은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독일에서는 방사능 오염 문제를 둘러싼 격론이 여러 달 이어졌다. 체르노빌 공포가 아직 한창일 때, 나는 마침 독일 유학 중이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했다.

독일 정부는 시민들의 염려와 두려움을 제대로 읽었다. 그래서 이미 확정된 원자력발전소의 확장 및 신설 계획을 무기한 보류했다.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를 구식 원자로는 무조건 가동을 중단시켰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수주일 만에 ‘환경, 자연보호 및 원자로 안전부’를 발족시킨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지방정부들은 저마다 방사능위원회를 신설해 우유 및 잎채소의 방사능 수치를 날마다 측정했다. 위험 수치를 초과하는 모든 식품은 가차없이 거래가 중지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조처는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유와 과일, 채소를 생산하는 농민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독일 정부는 적절한 경제보상 조처를 강구함으로써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체르노빌 사태는 수백만 피해자를 양산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만도 80만을 헤아렸고, 약물치료 대상자는 530만명이었다. 그중 160만명은 어린이였으니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갑상선암을 비롯한 각종 치명적인 질병의 발생률도 높아졌다.

방사능 오염은 장기간 지속된다. 독일 과학자들은 숲이나 들판을 취약지로 손꼽는다. 특히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악영향을 입는다는데, 방사능에 오염된 숲 속에 사는 멧돼지의 몸에서는 아직도 엄청난 양의 독성물질이 검출된다. 그 먹이사슬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체르노빌은 남의 일도 아니고, 지나간 일은 더욱 아니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참이라, 저 울울한 우리 소나무와 멧돼지, 토끼님들의 안부가 걱정된다. 정부는 태평가를 그만둘지어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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