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7 19:35
수정 : 2011.06.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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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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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 등록금은 무료다. 학생들에게는 숙식까지도 공짜로 제공된다. 조선시대에는 실제로 그랬다. 성균관에는 양현고라는 일종의 펀드가 설치되어, 유생들에게 물질적 편의를 제공했다. 그런데도 성종 같은 임금은 별도 기금을 조성해, 인재를 기르고 학문을 중시하는 자신의 뜻을 알리고자 하였다. 학전(學田)은 바로 그 수단이었다.
그때 신하들은 시골 국공립학교인 향교의 재정을 더욱 걱정했다. 향학열이 높더라도, 가난한 선비들은 객지에서 숙식을 제대로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그들은 향교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성종과 그의 신하들은 향교마다 학전을 마련해주어 문제를 해결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먹고살 걱정이 없다면 그 나라는 자연히 잘될 것 아닌가. 실록의 편찬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학전을 두자고 건의하지 않았는데, 임금께서 유생을 넉넉히 기를 수 있게 학전을 주자는 의견을 먼저 꺼내셨으니, 학문을 위해 정말 다행한 일이다.”
사상 최초로 학전을 하사한 제왕은 북송의 진종이었다. 그의 신하 손석도 자신의 봉록을 덜어 근무지의 학교에 학전을 삼게 했다. 이로써 그들에게는 후대의 칭송이 쏟아졌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는 각양각색의 학전이 존재했다. 연암 박지원은 동시대 인물 윤광석이 경상도 함양군수로 있을 때 녹봉을 털어 학전도 마련하고 서적도 비치했다며 박수를 쳤다. 조선 말에는 온 나라에 면세 혜택을 받는 학전이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될 지경이었다.
프랑스 국립대학은 아직도 무료란다. 1년 이상 등록하면 국가가 학생들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정도다. 독일 대학도 등록금이 사실상 전무하다. 연전에 소액의 등록금을 부과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크게 후퇴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거저나 다름없다. 진정으로 기회평등의 공정사회를 구현하려 한다면, 젊은 학생들이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그만두게 해서는 안 된다. 국립대학부터라도 등록금을 폐지하라.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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