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7 19:29
수정 : 2011.11.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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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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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독재자들의 숨은 보물이 이것이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과 그 조카 나폴레옹 3세가 정권을 잡을 때도 그랬다. 독일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해서 히틀러 독재체제로 넘어갈 때도 그 힘을 빌렸다. 박정희 역시 이 제도를 악용해 만고의 악질적 독재체제인 유신헌법을 선포해놓고, 감히 영구집권을 노렸다.
하지만 국가의 중대 현안을 시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라서 장점이 많다. 1874년 스위스 시민들은 직접투표로 새 헌법에 합법성을 부여했다. 미국의 오리건주 역시 스위스의 전례를 따라 주 헌법을 세웠다. 오늘날 주민투표는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독재체제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실현하는 귀중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말이다. 지난 2003년 거대야당의 횡포에 시달리던 노무현 대통령도 시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물어 기사회생했다.
오늘날 각국의 정당정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각종 이익단체들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풀어 의회를 노리갯감으로 삼은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당연히 시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하다 못해 대안까지 모색하게 되었다. 유럽시민들이 최근의 선거에서 녹색당과 해적당 등 대안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았는가. 서울시민들도 다수당의 의사에 반하여 투표로 무상급식을 관철했다. 시민후보를 시장으로 뽑기도 했다. 이제 시민들은 정치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할 태세다.
세계적으로 주민투표가 확산중이다. 이달 하순 독일에서는 ‘슈투트가르트 21’이라는 대형 토목공사를 둘러싸고 주민투표가 있을 것이다. 12월에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도 현안을 시민들에게 직접 묻기로 결정했다. 생각해 보면, 1997년의 외환위기 때도 그랬어야 옳았다. 현 정부가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나간 일이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할 것인가. 풀뿌리시민들의 중의를 꼭 물어라.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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