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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7 11:24 수정 : 2012.02.07 11:24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세상에는 온갖 풍상에도 굴하지 않고 이름을 지켜온 정당들이 있다. 휘그와 토리당의 전사를 빼더라도 영국 보수당도 금년으로 100년째다. 영국 노동당은 112살이나 되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1860년대에 벌써 민주·공화 양당체제가 들어섰다. 그들은 제 나름의 정강정책을 끊임없이 유지·발전시킨 덕분에 아직도 건재하다.

풀뿌리 민주정당은 사회민주주의와 더불어 성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19세기 말 창립된 독일 사회민주당과 영국 사회민주연맹,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은 모두 평당원들의 회비로 운영되었다. 당서기를 비롯한 간부들의 보수까지도 그 돈으로 지급하였다. 이로써 정당은 특정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풀뿌리 시민들의 명실상부한 공당으로 자리매김되었다.

당원들의 의견이 모여 정강과 정책을 낳았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역사를 훑어보아도 알 수가 있다. 1920년 그들은 집권하자마자 정강에 따라 천연자원과 산업체, 금융 및 교통통신기관을 국유화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호응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1930년대에는 그 정책을 손질했다. 개인의 재산권과 기업 활동의 자유를 다시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를 건설하였다. 그 뒤 1980년대에 이르러 또다시 사회공유제를 실천할 방안이 추진되었다. 이번에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그들은 이를 포기하고, 대신에 시민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였다. 중요한 사실은 언제나 풀뿌리 당원과 시민들이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방향타를 쥐었다는 점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이런 정당들이 하나도 없었다. 뚜렷한 이념이나 정책도 없이 선거 때마다 그저 이해득실만 헤아려 철새처럼 모이고 흩어지기 일쑤였다고 하면 지나친 혹평일까. ‘무상급식은 절대 안 된다, 선심으로 나라 망칠 셈이냐’고 떠들다가도 표가 보인다 싶으면 무작정 ‘무상 아침급식’을 공약으로 들이미는 뻔뻔함. 간판만 바꾸면 과거의 실정 따위는 문제될 게 없다고 믿는 몰상식에 신물이 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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