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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9 19:24 수정 : 2012.03.19 19:24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2009년 5월, 나는 유럽에 있었다. 주간지 <슈테른>에서 에릭 홉스봄을 인터뷰한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당년 92살의 영국 역사가는 감히 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친 다음이라,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그 시점에서 자본주의 종말론까지 들먹이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였다. 냉철하기로 이름난 홉스봄도 노망이 들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떨떠름했다.

그러나 그를 비웃은 것은 잘못이었다. 최근 유럽에서는 자본주의의 종말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며칠 전 나는 독일의 공영방송에 출연한 한 증권전문가가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을 보았다. 다름 아닌 증권전문가가 자본주의의 청산을 주장하다니! 그 토론 상대역은 유대교의 여성 랍비였다. 그마저 자본주의를 질타했더라면 토론이 너무 싱거웠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홉스봄은 역사의 흐름을 옳게 통찰하였다.

노역사가의 의견은 이러했다. ‘지금의 경제파탄은 80년 전 겪은 대공황보다 끔찍하다. 나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종말도, 파시스트들의 궤멸도, 동독과 공산주의의 몰락도 지켜보았다. 이제 자본주의가 망할 차례가 되었구나. 제아무리 완강한 자본주의라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 틀림없다.’

2008년 9월15일, 미국의 리먼은행이 붕괴되었다. 그날부터 역사의 변화는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단다. 홉스봄의 주장이 이어진다. ‘세계 곳곳에 이미 망조가 나타났다. 1970년대 후반부터 재등장한 시장주의자들이 정말 큰 실수를 범하였다. 인류가 위험에 빠진 것이 그들 때문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피를 많이 쏟을 것이다. 인류의 고통은 증가하고 난민의 수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어디선가 터지게 될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텐데,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될 것이다.’ 만약 사태가 정말 그렇게 되고 만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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