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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4.23 19:34 수정 : 2012.04.23 19:34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머리 북친은 난해하다. 미국의 주물공장 노동자 출신인 그에게는 명문대학 졸업장이 없다. 게다가 그의 주장은 무정부주의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사회생태주의 창시자라는 화려한 명성과 달리 그의 책들은 한국 사회에서 별로 대접받지 못한다.

북친은 이론가이자 실천운동가였다. 그는 독일 녹색당의 창립 운동에도 힘을 보탰다. 그의 꿈은 세상을 바꾸는 데 있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구조를 바꿔 민중이 권력을 장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상의 무대는 시, 읍, 마을 같은 지방자치단체다. 거기서 우리는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한 민주정치를 실천할 수 있다.” 이른바 ‘자유자치주의’가 이것이다.

현대사회를 멍들게 한 대의민주주의를 청산하고 직접민주주의로 나아가자는 것. 북친의 주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우리는 중앙집권적 국가의 부당한 간섭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겠기 때문이다. 북친 식으로 말하면, 현대국가는 소수 기득권세력의 정치수단이다. 재벌과 지배층의 이익만 앞세워 핵무기와 전쟁 위협을 가중시키는 국가. 기후변화며 생태계 파괴의 주범은 야만적 산업화인데 그 원흉이 다름 아닌 국가들이다. 강대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폭력적 중앙권력이 아니었다면 어찌 감히 4대강을 마구 파헤치고, 재앙의 핵발전소를 여기저기 세울 수 있었겠는가. 평화로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멋대로 설치하는 것도 국가다. 국가란 시민사회가 당연히 필요로 하는 절대가치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눈앞의 정치현실만 고려한다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차대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달라진다. 생태계의 평화와 공존공생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다. 그렇다면 현대국가라는 괴물에 어떻게 대처할까. 시민의지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정치조직을 창안하는 과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없다. 북친의 주장이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다. 중앙으로 쏠리지만 말고 내가 서 있는 변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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