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8 19:29
수정 : 2012.06.18 19:29
|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
김삿갓(金笠)을 알 것이다. 남루한 도포 자락 휘날리며 깨진 삿갓을 쓰고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며 너무도 잘난 양반, 포악한 관리들의 부패와 죄악상을 그는 마음껏 비웃었다. 그 같은 방랑시인도 있었지만, 녹두꽃에 내려앉은 파랑새를 노래한 가객도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역사의 깊은 그늘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래도 세상의 슬픔을 통탄한 그 절절한 마음이야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쉬 사라지지 않는 것이 전통인가. 독재자 박정희의 서슬 시퍼렇던 시절에도 젊은 김지하는 많은 풍자시로 권력자들의 비위장을 뒤집었다. ‘오적’으로 비비 꼬자 저들은 반공법 위반이다, 민청학련사건이다 하여 시인을 상대로 한바탕 비열한 보복을 자행하였다. 하건만 그놈의 주둥이는 중얼중얼 잘도 재잘거렸다.
입바른 소리 잘하기로는 정태춘을 빼놓고는 말이 안 된다.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정열적인 우리 시대 최고의 가객에게서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는 절규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가.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중략) 잊지 마라 잊지 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중략) 잊지 마라, 잊지 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망월동 무덤 앞에 그 금빛훈장을 묻지 못했다면 오월은 아직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서훈이 취소된 지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직도 20개나 되는 금빛훈장을 반납하지 않았다.(2010년 현재) 지금쯤은 혹시 반납하셨는가. 아니면 망월동에 가져다 직접 파묻기라도 하셨을까. 내란 목적 살인죄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거룩한 장군님들이 줄줄이 육군사관학교에 나타나 생도들을 사열하고 좋아라 하셨단다. 후배들도 참 기특하시다. 하긴 골프장까지도 경찰청이 제공하는 융숭한 경호서비스가 붙어다닌단다. 해도 적당히 하자.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