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23 19:38
수정 : 2012.07.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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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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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변경의 역사라는 주장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은 요동지역의 독립된 역사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우리 시민들에게 고구려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사의 일부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는 꼴도 마땅하지 않고, 그것을 요동의 역사, 변경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도 시민들은 수긍 못한다.
역사란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인식의 역사가 아닌가. 통일신라는 고구려의 일부 영토와 주민을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그 역사까지도 이어받았다. 국호까지 고구려의 것을 물려받은 고려는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 영문 표기(KOREA)는 현재까지도 국제 사회에 통용되는 한국의 공식명칭이다. 발해 역시 말년에 고려에 귀부했다. 그 영토는 비록 남의 것이 되고 말았지만 그 국맥은 우리에게 이어졌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러한 우리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는 경우가 없었다. 최근까지 그러하였다.
하지만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적 귀속에 관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역사는 그 땅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것이라, 시비가 생길 수 있다. 가령 북아프리카는 한때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나, 중년에 이슬람제국에 종속되었다. 근대에는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현재는 모로코와 튀니지 등의 독립국이 되었다. 그럼 북아프리카의 역사는? 그것은 모로코와 튀니지 등의 역사이자 부분적으로는 프랑스, 이슬람 또는 로마의 것도 된다.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도 그런 식으로 보아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후예라는 역사적 인식이 뚜렷한 한국인의 역사다. 거란과 몽골, 중국과 일본의 역사도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까지 차지하려 드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과거를 옳게 인식하는 것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불법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했다’고 강변하는 것은, 시민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모독이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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