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17 19:48
수정 : 2012.09.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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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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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과학원이 공개한 오염 지도를 보면,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됐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향후 300년 동안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한다. 갑상선암 등 각종 암질환자가 수년 내에 1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고도 한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일본이 치명적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일본보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독일이었다. 사태 직후 독일의 4개 도시에는 25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탈핵을 외쳤다. 핵발전을 적극 지지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마저도 “후쿠시마가 내 생각을 바꿨다”며 2022년까지 탈핵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1970년대에 시작된 독일의 반핵운동이 거둔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일찍이 독일 시민들은 정부의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여 시위를 벌였고, 반핵 후보를 지방의회로 진출시켰다. 좀더 효과적인 반핵투쟁을 위해 1980년에는 녹색당이 출범했다. 그 후 체르노빌 사태가 일어나자 독일에서도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였다. 경악한 시민들은 갓 완공된 뮐하임케를리히 핵발전소의 가동 중지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1988). 지진발생위험지역에 세워진 핵발전소를 폐쇄한 것이다. 반핵운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자 녹색당은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만큼 성장했고, 그들은 장차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2000). 메르켈 총리의 탈핵선언은 그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독일에서도 ‘원자력마피아’의 저항은 끈질기다. 그들은 핵발전소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계획중인 풍력발전은 200억유로가 신규 투자되어야 하는 만큼 신중을 기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 시민들의 탈핵 의지는 단호하다. 정치권도 ‘에너지 전환’을 거듭 맹세한다. 위험천만한 것은 핵발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조건적인 신뢰다. 노후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그리고 위험천만한 활성단층 위의 핵발전소들은 즉각 멈춰야 한다.
백승종의 역설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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