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0.29 19:19 수정 : 2012.10.29 19:19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독재는 했을망정 박정희는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주장이 있다. 틀린 말이다. 사실은 식민지의 진화가 있었을 뿐이다. 지금도 우리는 식민지 백성이나 다름없이 산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사회는 5단계에 걸쳐 식민지의 진화를 경험했다고 믿는다.

일제에 점령되어, 자원과 노동을 수탈당한 것은 고전적 의미의 식민지 제1단계에 해당했다. 그 제2단계는 ‘만주국’과 같이 겉치레만 독립국가인 상태였다. 그것이 다소 진화한 것이 제3단계로, 1948년에 수립된 초기 대한민국이 그 전형이었다. 그것은 원조로 연명하는 꼭두각시 상태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도 외세는 원조를 빌미로 이 나라의 운명을 휘둘렀다.

박정희의 ‘조국근대화’는 식민지의 제4단계에 해당한다. 그것은 거액의 차관을 통해 지배하는 시대였다. 바야흐로 강대국은 국제부흥개발은행 따위를 내세워 세계 각지에 ‘하청국가’를 거느렸다. 신식민지의 도시는 빈민으로 넘쳐났고, 농어촌은 어육이 되었다. 독재자는 철권통치로 강대국과 그 하수인들의 배만 불려주었다. 내 말 못 믿겠거든 조세희와 신경림의 외침을 들어보라.

식민지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자 식민정책은 또다시 진화했다. 그 5단계는 자본시장을 비롯한 각종 시장의 개방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부터 이 나라가 국제투기자본세력의 동네북이 되고, 농축산시장의 개방바람에 밀려 농어촌이 무너진 것을 기억하자. 이른바 강제 개방의 정점은 자유무역협정체제다. 미국에 한번 무릎을 꿇자, 유럽연합도 중국도 덤벼들었다. 한 나라에 양보한 만큼을 다른 강대국들도 가져간다. 1876년 일본의 강압에 쫓겨 강화도수호조약을 맺은 다음에도 그랬었다. 죽을힘을 다해 한고비를 벗어나면 또 새로운 굴레가 뒤집어씌워진다.

지난 100년의 역사가 그러하였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박정희의 경제성장신화를 자랑스레 노래한다. 외채를 뒤집어쓰고 제 살 깎아 남에게 빼앗긴 것이 ‘근대화’ 신화다.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백승종의 역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