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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03 20:46 수정 : 2008.12.03 20:46

다문화가 미래다
6. 함께 만드는 평등사회

정부·지자체 이슈 선점위해 경쟁적 노력 불구
국적 취득요건 강화 등 손쉬운 방법 개발 치중
“정책 총괄 부서·다문화 전문인력 키울 필요”

“이주민들의 사회부적응 문제는 개인의 책임보다는 사회의 구조적 책임이 크다. 법무부는 국적 취득을 볼모로 이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차별 등 인권침해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4월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전국 100여개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을 대표해 ‘전국이주여성네트워크’가 법무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법무부가 “2009년 1월1일부터 결혼이주자의 한국 국적 취득 요건으로 한국어 필기시험 통과 또는 사회통합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사회통합 프로그램 이수제’를 시행한다”며 국적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결혼이민자 등이 한국어와 우리사회의 이해가 부족해 사회적응이 곤란하다”며 “한국어 능력과 기본 소양 교육을 의무화하는 이수제를 마련했다”고 국적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육아와 노부모 봉양 등 많은 가사노동과 농삿일 등을 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최소 220시간 교육을 국적 취득 조건 의무로 정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불평등한 위계구조 강화”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어 “법무부가 마련한 이수제 교육을 받기 위해 남편과 시부모의 허락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 이주여성들의 현실”이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런 정책은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시작했던 다문화·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회통합 이수제 처럼 여성 결혼이민자나 그 가족들을 관리하는 정책에 불과하고, 새 이슈인 다문화를 ‘선점’ 하려는 부처들의 경합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추상적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경우, 지난 해 말 다문화정책팀을 새로 만든 데 이어 올해 7월 ‘다문화 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과제는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 증진 △문화향유 기회 확대 △다문화 정보제공 활성화 △문화 다양성 이해와 다문화 감수성 증진 △다문화 콘텐츠 발굴 △다문화 매개 인력 양성 △타문화권과의 문화예술 교류활동 강화 △다문화성이 반영된 문화활동 지원 △다문화 친화적 문화환경 조성 △법·제도 마련 등이다.

그러나 이 과제 발표 당시 토론에 참석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홍기원 문화정책팀장 “다문화 정책에 대한 담론이 조금씩 확대되어 왔는데도 부처별 영역을 초월한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공론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이주 노동자 고용 사업장에서의 갈등, 결혼이주 여성의 가정 내에서의 인권 문제, 이주민 자녀의 문화적 부적응 문제 등 이주민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에는 관심 갖지 않고 ‘문화적 지원사업’과 같은 쉬운 사업 개발에 치중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 안산 ‘국경없는 마을’ 안에 있는 대안공간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백기영(40) 상임운영위원은 “한국에서의 다문화주의는 관주도형이면서도 민족주의적인 사회통합 모델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 정책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다문화 사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없이 쏟아낸 선언적 슬로건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겼다”며 “정보와 소통의 공간을 막고 문화의 다양성과 감수성 확대를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방향을 잃고 쏟아져 나오는 다문화 정책의 틀을 잡기 위해 전문가들의 주문과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다문화교육연구센터 성상환 교수는 “문화·복지·여성·법무·교육부 등이 다문화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지만 모두 따로 놀고 있다”며 “‘다문화 정책청’같은 전담 부서가 필요하지만, 어렵다면 국무총리실에 다문화 정책 총괄 부서를 만들거나 부처별로 담당 부서를 만들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 김범수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글 교육, 다문화 축제 등에서 그칠 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언어와 정체성을 아우르는 다문화 전문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며 “이제 한국 사회는 다문화 비용과 노력을 크게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끝>

김기성 오윤주 김경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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