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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주, <매운땅>, 디지털 프린트, 120×8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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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조선령의 상상공장
결이 굵은 모래로 이뤄진 언덕 혹은 아프리카 어디쯤 있다는 사막의 능선처럼 보이는 이 붉은 땅은 사실 고춧가루를 쏟아부은 것이다. 모래언덕을 헤엄치는 듯한 흰오리 한 쌍은 젓가락 받침대다. 고춧가루로 할 수 있는 일을 목록으로 만들면 몇 가지가 될까? 김치를 담그는 일은 목록의 가장 위에 올라가겠지. 사막을 만드는 일은? 목록의 상당히 아래에 있겠지만 신나고 보람 있기로는 첫째를 차지할 만한 일이 아닐까? 조금씩 농도가 다른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이 고춧가루 모래언덕이, 가장 멀리 떠나는 여행은 나 자신으로의 여행이라고 했던 어떤 사람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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